이십 대 중반
풋풋했던 시절,
첫사랑을 만났다.
그러나 이십 대 사랑에는 대가가 있었다.
그 사람과 이별을 하고 마음이 힘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아픔이어서,
찢어지는 듯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1년이란 시간을 힘들어 했던 것 같다.
( 사랑하는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 나에겐..그것마저 소중한 추억이지만...)
당시 이십 대 순수한 청년인 나는,
이별의 슬픔을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었다.
돌아보면 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피아노 학원에 찾아간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은 얼마 안 가
나에게 코드를 다 외우라고 했다.
12개의
메이저키, 마이너키,
서스포키, 디미니쉬키,
세븐코트, 나인코드까지..
(거기에 샾과 플랫 코드까지..ㅎ)
그것도 피아노 모든 자리를 사용해서,
자리바꿈 전위코드로 외우라는 숙제.
아마 지금이라면 못할 것 같다.
피아노를 갓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선생님이 그토록 가혹한 숙제를 낸 건,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어디까지 피아노를
끈기 있게 배우나 보기 위한 시험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 피아노에 앉아서,
각각의 코드, 미세한 음의 차이를 들으며,
이별의 아픔이 치유될 때까지 계속해서
손이 아플 때까지 건반을 두드렸다.
늦은 밤, 어두운 상가를 걸어,
선생님이 알려준 비번을 누리고,
늘 연습하던 방에 가서
수없이 건반을 눌렀다.
피아노는
나의 상처에
선율이라는 진액을
발라 주었다.
어느샌가,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 같았던,
너의 상처에 딱지가 생겼다.
그 시절 나는 하루에
세 시간, 네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수없이 건반을 누르며 코드 연습을 했다.
그 사랑의 크기만큼, 이별의 크기만큼....
그 시절 그렇게 피아노와 친해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지금도...
피아노 곁을 늘 서성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