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파열음 위에서

by 오승현





나는 늘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언젠가 조용한 산이나 바다에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내가 정성껏 해 준 나물보다 햄버거를 더 좋아한다.


제주도에서 보낸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나는 분명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사랑했다. 그곳에서의 삶은 느렸고, 고요했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도시의 빌딩과 불빛이 그리워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오기도 했다.


돌아보면 나는 늘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살아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 경계가 싫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도쿄에 가서도 시끄러운 시부야보다는 도심 속 조용한 골목을 걷는 시간이 좋았고, 한적한 강가나 사람이 많지 않은 공원에 머무는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도시보다 시골을 꿈꾸고, 도쿄보다 교토를 떠올리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도시는 여전히 나에게 잘 맞는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상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는 늘 작은 긴장이 존재해 왔다. 그건 단순히 어디에서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경계는 공간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삶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도 드러난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문득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아내와 아이들이 금세 그리워진다.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 안에 오래 머무는 일에는 여전히 서툰 나를 발견한다. 함께하고 싶어 하면서도 혼자의 시간을 갈망하는 마음이 내 안에서 동시에 살아 움직인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경계선 위에 서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 사이에서, 이상 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의 삶 사이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 사이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솔직한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를 속이지 않고 바라보는 일,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한 걸음 내딛는 용기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계속 경계 위를 맴도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모순. 내 안에 공존하는 두 세계. 글은 나에게 그 두 세계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글을 쓰는 순간이 두려울 때도 있다. 이 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모순을 글 속에서 굳이 숨기지 않으려 한다.


아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를 “오승현 씨, 오 모순 씨”라고 부른다. 공동체를 원하면서도 혼자를 꿈꾸고,

상처를 품고 있으면서도 누군가를 치유하고 싶어 하며,시골을 말하면서도 도시의 세련됨을 좋아하고, 교토를 떠올리면서도 도쿄의 감성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라고.


오늘도 나는 두 세계가 만든 이 파열음 위를 걷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드리운 안개를 지나 내려설 용기와

머물 힘이 조금씩 내 안에 자라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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