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선.율 ]
스물 여섯, 차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날 - 용기 내어 문을 열고 고사리 같은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던 날 - 서툰 손끝으로 바이엘을 배우기 시작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상처와 외로움으로 가득한 나를 위로해 준 건 피아노였다. 밝은 메이저, 우울한 마이너, 흔들리는 서스포, 불안하지만 풍성한 나인 코드. 피아노는 말없이 속삭였다. “그것도 음악이 될 수 있어. 그것만으로 삶이 될 수 있어” - 시편 88편*처럼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는 부재의 감정도 화음을 이루는 멋진 날이 될 수 있다고. 오늘도 피아노에 앉는다. 피아노는 속삭인다. “잘 치지 못해도 괜찮아, 불협화음도 멋진 노래가 될 수 있다고.“
(* 시편 88편은 부재의 시편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