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에서 감사로, 이어지는 부모의 마음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설렘에서 감사로, 이어지는 부모의 마음 (무농)


신혼 시절은 내게 설렘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때의 나는 행복 속에 살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기억은 오히려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던 순수한 마음이 추억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삶의 결을 다시 느끼게 한다.


세월이 흘러 자녀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바라보면 묘한 울림이 인다. 한때 내가 누렸던 기쁨과 분주함을 이제는 그들이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온다. 예전에 어른들이 하시던 “네가 절로 큰 줄 아느냐”라는 말의 의미도 이제야 또렷해진다. 나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여겼지만, 그 뒤에는 부모의 묵묵한 돌봄과 희생이 있었다. 자식을 키우는 시간을 지나며 비로소 그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고, 부모의 은덕 앞에서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은 돌봄과 헌신이 이어지는 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조상의 지혜와 부모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만큼, 나를 있게 한 시간과 사람들을 기억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삶은 그렇게 서로 기대고 이어지며 깊이를 더한다.


요즘 나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주와 며느리를 돕기 위한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함께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아내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채워 주던 존재였음을 새삼 실감하며 고마움이 깊어진다. 동시에 젊은 시절 부모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쳤던 나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이 이제야 선명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출가한 자녀가 바쁜 삶 속에 있더라도 언젠가는 부모의 마음을 천천히 헤아릴 수 있기를 말이다. 부모의 도움과 걱정, 말없이 건네는 손길 속에는 계산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삶이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깨달음일 것이다.


결국 삶은 기억과 감사가 서로를 비추며 성숙해지는 여정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나를 지탱해 준 사람들을 마음에 새길 때 삶은 더욱 단단해진다. 과거의 설렘, 현재의 이해,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이어지며 내 삶은 한층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나는 오늘도 그 흐름 속에서 살아가며, 이어지는 세대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조용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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