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
일상의 소리 속에서 다지는 평온과 감사 (무농)
연휴 동안 잠시 흐트러졌던 독서의 리듬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덮어두었지만, 결국 나는 익숙한 자리로 돌아온다. 거실 한가운데 앉아 책장을 펼치는 순간, 그곳은 곧 나만의 작은 서재가 된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 어항의 물이 흐르는 잔잔한 물소리, 자라가 이따금 물을 차며 첨벙거리는 소리가 고요를 스친다. 그러나 그 소리들은 침묵을 깨뜨리는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평온을 완성하는 배경이 된다. 완벽한 정적보다 생활의 숨결이 섞인 고요 속에서 마음은 더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오늘 읽은 한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읽고 쓰고 산책하라. 책 읽기를 통해 내가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산책을 통해 내가 현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글쓰기를 통해 내가 미래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책을 읽는 시간은 지나온 나와 이어지고, 걷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을 또렷하게 하며, 글을 쓰는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준비하게 한다. 단순해 보이는 행위들이 사실은 삶을 곧게 세우는 축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잔잔한 감사로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일상의 많은 실수는 상황보다 감정에서 비롯된다. 이미 상해 있던 마음이 무관한 일에까지 번져 괜한 말을 낳고, 조급함이 세심함을 밀어내어 불필요한 마찰을 만든다. 감정에 휘둘릴수록 삶은 쉽게 흔들린다. 그러나 책을 읽는 시간은 나를 한발 물러서게 한다. 타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 생각의 결도 차분히 정돈된다.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다.
독서는 취미를 넘어 삶을 다듬는 훈련이다. 한 문장이 하루의 태도를 바꾸고, 그 하루가 쌓여 결국 삶의 방향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나는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 거실에 드는 햇살, 물소리, 잠시 허락된 여유, 다시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까지도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평온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다. 소란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마음을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읽고, 생각하고, 고요히 머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나다워진다. 그리고 그만큼, 오늘의 하루에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