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준비한 저녁에 대한 감사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아내가 준비한 저녁에 대한 감사 (무농)


지난 주말, 교육연수를 마치고 집에 들른 큰딸과 함께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근교로 나들이도 다녀오며 작은 추억을 쌓았다. 오늘 아침 수서역에서 딸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모르게 집안이 조금 더 조용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한 일은 없었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다 보니 하루가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


혼자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사소한 대화와 작은 일들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만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일상의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오늘 저녁에는 아내가 달포 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따뜻한 저녁상을 차려 주었다. 그동안 아들 내외의 집에 다녀온 뒤 오랜만에 마주한 식탁이었다. 아내는 늘 그렇듯 내 건강을 생각해 맞춤형 식단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했다.


혼자 있을 때도 나름대로 음식을 준비해 먹으며 지냈다. 때로는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고, 나름 건강을 생각하며 식사를 챙기기도 했다. 몸무게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빈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정성껏 차린 식탁 앞에 앉으니 그 허전함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듯했다. 아직 음식을 입에 넣기도 전인데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고 몸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마음이 사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쳤던 일상의 고마움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다시 아내와 함께 저녁 산책도 시작하려 한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나란히 걸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께하는 평범한 시간들이 우리 삶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평범한 하루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잔잔한 감사가 남는다.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서 늘 묵묵히 식탁을 지키며 일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아내가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히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특별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마주 앉는 식탁과 같은 평범한 순간 속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런 소중한 시간을 허락해 준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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