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웹소설 작가다.
글을 쓰는 삶을 늘 동경하다가 어느 날 무작정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서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것으로 벌어 먹고 산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내 글을 써서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 좋았고, 아무것도 아닌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독자들이 좋았다. 아마도 대다수의 웹소설 작가들이 이렇게 시작을 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글을 쓰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직업인이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웹소설 작가'는 아닐지라도, 글로 벌어 먹고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어째 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
늘 새로 소설을 시작할 때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시작한다.
작중 인물의 주인공들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는가, 독자들이 중도 하차하지 않고 내 글을 끝까지 볼 만한 재미가 있는가, 내 글이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처음에는 그저 지망생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썼다면 이제는 글을 쓰기 전에도 마케팅적인 면을 먼저 고려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점점 내 글을 잃기 시작했다.
지망생 시절 가졌던 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가치, 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
물론 내가 아주 노련한 작가라면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그것들을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글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를 느끼도록 만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노련하지도 영리하지도 못하다. 그저 근근이, 내 글이 그래도 수익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내 글을 봐주는 출판사에 절하고 싶은 심정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을 적어나갈 뿐이다.
그러니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지망생 시절에는 내 꿈이나 가치를 선택했다면 지금은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이 예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 성장을 하고, 이전과 달라진다.
어린 왕자가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해'라고 불만 섞인 투로 말했지만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이 없다면 어린이들은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기는 커녕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나도 내가 번 돈으로 아이 이유식을 사고 장난감을 사고 유아용 도서 전집을 샀다. 아이는 아직 숫자를 모르지만, 나는 매일 플랫폼 속 순위라는 숫자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내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이 벌어다 준 통장에 찍힌 돈을 확인한다.
어른이라는 것은 그렇게 나를 깎아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무지개를 잡으려고 두 다리가 부러지도록 달리는 아이와 달리, 무지개 같은 것은 빛이 만들어낸 허상인 것을 알아서 그저 묵묵히 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처럼.
꿈이라는 것도 무지개처럼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아이와 같은 이들을 달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어른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플랫폼 속 내 작품 연재 성적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어린왕자처럼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며 고집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글을 쓴다.
돈이 되지 않을 글, 그저 보아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글, 남들의 시선에 의해 나를 짜맞추지 않아도 되는 나 자신을 만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