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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Dec 07. 2024

아저씨

벌써 7일!

내가 아는 어느 사람이 대통령을 해도 그 사람보다는 잘할 것 같다. 똑똑한 사람도 참 많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도 참 많고, 놀랄 만큼 도덕성을 갖춘 사람도 참 많다. 예전에 내가 근무하던 대안학교 대표 선생님은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교사들을 보호해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갑자기 전화해서, ‘혹시 대통령 하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묻고 싶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국가 위기 상황 때에, 모든 민주적인 절차와 언론을 군에 통제하게 하는 그 계엄령 말이다. 게다가 그 계엄령이 선포된 밤에 나는 일곱 살인 아이와 꿀잠을 잤는데, 까닭은 시시때때로 울려대던 ‘국가재난문자’가 그날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국회에 웬 특전사들이 투입되어 창문을 깨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드라마 상황도 아니고, 전시 상황도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발을 닦고 자고 있는 그 시간에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그날의 상황이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뉴스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어. 내가 왜 하필 뉴스를 틀어놨을까. 갑자기 뉴스 진행 화면이 바뀌더니 아저씨가 나온 거야. 나는 그때 전쟁이 난 줄 알았어. 남편을 불렀지. 근데 아저씨가 하는 말을 들으니까 너무 이상한 거야. 대체 뭔소리를 하는 거야, 하고 웃었는데 그 다음에 보니까 국회에 막 군대가 투입 되어가지고…….”     


나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저씨? 대통령 말하는 거야?”

“대통령이라고 말하긴 싫어 가지고.”     


너무나도 신박한 호칭이었다. 아저씨라니. 무슨 새끼도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고 보통 명사인 아저씨였다. 물론 드라마 ‘아저씨’를 감명 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그 호칭에 반발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그보다 좋은 호칭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대통령이 싫으면 그냥 아저씨를 만들어 버리면 되지.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그런 아저씨가 되어 버렸으면 좋겠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표결이 있는 날. 사람들이 여의도에, 광화문에 구름떼처럼 모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바람은 국회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국민을 힘들게 만드는 정당 사람들은 아직 표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국회의사당을 나가 버렸다. 아, 당신들 때문에 국민은 정말로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이 아저씨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정치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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