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클릭 경쟁 끝에 아이의 이름을 넣고 만족해하며 한 동안 잊고 있다가 날짜가 되어 아이와 함께 제주문학관에 들렀다. 개관한 지 2년이 되어가는 듯했는데, 지금껏 온 적이 없다가 아이 덕분에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수업은 총 6회로 진행되며 각 회당 수업 시간은 2시간이다. 처음에 아이를 들여보내 놓고 2시간을 어떻게 기다리지 하는 우려의 마음도 있었는데, 제주문학관에 들어와 보니 그 걱정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쾌적하고 조용하며 공간도 널찍한 데다 책이 깃들여 있는, 말 그대로의 문학관이다 보니 나에게는 최적화된 장소가 아닐 수 없었다.
문학관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로비, 북카페, 기획전시실, 큰 물마당 2층은 상설전시실, 수장고3층은 세미나실, 창작공간, 문학살롱, 소모임공간, 시청각실, 사무실 4층은 대강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는 3층 세미나실에 수업을 받으러 갔고, 3층 로비에는 아동, 청소년, 성인 소설이 있는 서가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 테이블, 노트북 및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책상까지 잘 마련되어 있다. 덕분에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편하게 책도 보며 커피도 마시며 글도 쓸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사실 아이를 수업에 넣어놓고서는 내가 그 수업 좀 들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동안의 제주문학관의 프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만 몰랐을 뿐, 개관 이래 작가와의 만남인 북토크와 창작교실, 문학특강 등도 많이 진행하였고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운영하여 지원하고 있는 등 여러 활발한 프로그램과 강좌 및 장소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마 아이를 통한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곳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서 알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새삼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기회와 시간이 되겠다는 마음에 흐뭇했다.
그리고 덤으로 이렇게 글도 한 편 뚝딱 써낼 수 있으니 일석 다조의 효과가 있다 하겠다. 아이의 수업 내용이 궁금하여 밖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지만, 수업 후 아이의 표정과 피드백으로 수업 내용을 알 수 있으니 궁금증을 참고 내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문학관이라 이름 짓고, 제주의 특성에 기인한 문학 작품과 활동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또 모든 창작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의 창작을 독려하는 이러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변해 가고 있는 나에게도 기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첫 수업을 마친 아이의 반응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미 말해 주듯, 만족스러워함을 알 수가 있었다. 더운 여름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며 한 뼘 더 성장할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