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겨울 방학이 우리 집에도 도착했다.
아이들은 방학하는 날이 언젠지 손꼽아 기다렸고,
나는 방학 전까지 며칠이나 남았는지 달력 숫자 하나하나를 지워가며 떨었다.
우리 때와는 다르게 봄방학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지역마다 학교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겨울 방학은 2달이 족히 된다.
드디어 방학과 함께 학년 수료식 날. 신나서 방방 뛰는 아이들을 데리고 평소에는 잘 사주지 않는 학교 앞 분식가게에서 간식거리를 하나씩 사 줬다. 간식이라 쓰고 불량식품이라 부르는 음식들을 말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떡볶이를 해 줬고, 시간이 붕 뜨는 것이 나도 어색하고 아이들도 어색한지라 미리 예매해 둔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도 봤고, 방학 동안 예체능 학원 빼고는 다른 학원은 중단하기로 한 터라, 이제 뭐 한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며 요즘 말로 현타가 온다.
이제 진짜 방학이구나!
당장 내일부터 삼시세끼 돌밥 식당을 해야 하구나!
채점지옥에 빠지겠구나!
픽업 라이드 기사로 달려야겠구나!
그렇게 아이들은 기뻐서, 나는 얼이 빠져 멍한 채로 방학이 시작됐다.
먼저 냉장고의 냉장, 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빠르게 파악했다. 밀키트와 냉동식품이 구비되도록 핸드폰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춘다. 새 학기 문제집도 빠질 수 없지. 인터넷서점에서 주는 쿠폰, 적립금을 야무지게 챙기며 구매완료!
애들 학원 스케줄과 나의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다이어리에 이것저것 기록해 본다.
방학 때 이것도 해 봐야지, 저것도 시켜야지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서 달려 나가고 있는데 내 체력이 뒷받침될지 걱정이다. 친절하고 상냥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고성과 아이들 간의 다툼으로 재판이 난무할 방학을 생각하니 벌써 몸서리쳐지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학원 선생님으로, 돌밥 요리사로, 픽업 라이드 전용 기사로, 공정한 재판관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역할을 바꿔가며 동분서주하겠지만 이미 시작된 방학, 슬기롭고 지혜롭게 보내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방학은 엄마들의 개학. 꽃 피는 봄이 얼른 와서 엄마들의 방학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