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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11. 2023

방학의 끝물에서 자유를 외치고 싶다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간다.더불어 돌밥도 끝나가고 있다.

아침은 아이들의 늦잠으로 과일과 계란 등으로 가볍게 때웠고, 조금만 미적거리다 보면 점심때가 금방 돌아오니 아침이 조금 수월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점심은 이제 뭘 하나 고민할 시간은 없다. 냉장고 속 재료들을 재빨리 스캔해서 되도록 조리 시간이 짧은 것으로 취사선택해야 한다. 주로 선택되는 것은 한 그릇 음식들로 덮밥, 비빔밥, 볶음밥, 국밥(국에 말아먹는 것은 다 국밥으로 통칭함) 등이다.


그렇게 후다닥 분명 먹었지만 안 먹은 것 같은 점심을 끝내면, 설거지와 다른 집안일을 제쳐두고 학원 라이딩에 나선다. 학원에 데려다주고 잠시의 자유를 만끽해 본다. 꿀 같은 시간은 바로 흘러 학원 픽업을 하고 나면 저녁준비, 애들 숙제 등 휘몰아치는 시간이 되고 하루를 어찌어찌 마무리한다.


매일이 거의 같다 보니 요일 감각을 상실해서 달력이 없으면 날짜와 요일을 모르게 된다. 잠깐 달력을 보니 이미 8월은 열흘이 지나갔고, 입추와 말복도 넘겼다. 휴가도 코 앞이고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분명 없던 걸로 기억했던 애들 방학숙제도 점검해 봐야겠고, 덜컥 2학기를 이대로 맞이해도 되나 정신이 바짝 든다.


방학이 끝나간다고 좋아하며 자유를 외치고자 했는데, 어째 다시 빡빡한 일상으로 아이들도 나도 복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매미울음소리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고, 태풍 뒤 실낱같이 느껴지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도 느껴보며 일몰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음을 체감하며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방학의 끝물에서 자유를 외치고 싶은  마음도, 한 편으로는 방학 속 나태함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니 참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정확히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래도 자유는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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