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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14. 2023

새치 염색은 괴로워

날이면 날마다, 달이면 달마다는 아니지만 빠르면 2주 아니면 3주가 지나면 흰머리가 슬금슬금 올라오며 존재감을 뿜뿜 내세운다.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첫째를 낳고 출산 후 겪는 임시 탈모증 증세와 함께 흰머리로 고민을 했던 것은 기억이 나니까 30대 초반부터이다. 그리고 10년 넘게 새치염색인이 되어 흰머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노년이 되면 은빛 머리를 뽐내리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30대 초반부터 은빛머리를 뽐내기엔 너무 시기상조인 듯해서 머리에 희끗희끗 은빛이 존재감을 드러낼세라 미용실에 달려가서 새치염색을 한 지 꽤 오래되었다. 흰머리로 염색하러 가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지갑사정도 아쉬우니 한 번은 미용실 사장님께 흰머리 염색은 주기를 얼마나 하는 게 좋은지 여쭤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개인차는 있지만 2주 정도란다. 그러니 새치염색을 하더라도 1주만 지나면 흰머리가 뿅 하고 나타나고 2주 차에는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나니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2, 3주 텀을 넘기고도 참고 기다리며 중요한 일 직전에 염색을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셨다. 바빠서 미리 머리단장을 한다고 1주일 전쯤에 염색을 하면 흰머리가 표시 날 수 있으니 2,3일 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을 해 주셨다.


실제로 동생 결혼식이 있기 바로 전 날, 염색을 하고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학부모 상담 전이나 취업 면접 전에 염색을 하고 간 적도 있다. 염색할 시기가 도래해도 되도록이면 중요한 일정에 최대한 맞추어 염색을 하고 갔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미용실 사장님과는 돈독한 사이가 되었고 염색시기도 함께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집에서 셀프염색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 주기도 했는데, 시도해 보고자 염색약도 샀고, 노력은 했으나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서 더 이상 하진 않았다. 한 동안 염색샴푸로 유명한 샴푸를 써보기도 했는데, 광고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지 못해서 구입한 것만 다 쓰고 더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여러 사회생활로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이 있다 보니, 흰머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염색을 자주 하는 것이 두피에도 눈에도 지갑에도 좋지 않아서 셀프염색이나 염색샴푸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헤어 마스카라이다. 헤어 마스카라도 내가 경험한 것으로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속눈썹에 바르는 것과 같은 마스카라이고 하나는 짧은 빗에 마스카라 액이 물감처럼 묻어 있어 머리를 쓱쓱 빗어 넘기며 바르는 것이다. 두 종류 다 사용해 보고 빗 같은 마스카라 말고 속눈썹 마스카라 같은 헤어 마스카라로 정착해서 급할 때는 쓰고 있다.



사람의 외모와 인상을 중요하게 판단 짓는 것 중에 하나가 헤어스타일이라고 한다.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자연히 머리에 신경을 쓰게 된다. 어디서 들은 말로는 나이가 들수록 피부와 머릿결을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남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해도 흰머리가 보일 때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고, 거울을 볼 때면 피부에 기미와 머리의 흰 머리카락만 보이니 말이다.


나이 듦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기엔 아직도 젊다고 주장하고 싶고, 은빛 머리를 뽐내기에는 연륜과 경험과 자비로움이 부족하니 아직은 나에게 흰머리는 사치라고도 우기고 싶다.



그러나 어쩌나. 흰머리는 어느새 삶의 동반자로 헤어질 수 없이 계속 함께 살아가고 있고, 정기적인 눈속임으로 겨우 감추며 지내고 있다. 은빛머리를 언제쯤이면 자연스럽게 뽐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에도 개인차는 존재하는 듯하여, 70세가 넘어가시는 어르신들도 여전히 염색을 하러 다니시니 역시 사람마다 다른 듯하다.


새치 염색을 하는 것이 나이 듦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신경 쓰이는 개인의 미적 영역이기에 새치 염색으로 나름의 미를 관리하고 있다. 다이어트도 잘 못 해서 살과의 이별도 못하는데, 흰머리는 이별할 수도 없으니 안고 갈 수밖에. 그래도 새치 염색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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