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 2박을 하고 공주로 떠났다. 아기자기 하지만 알차고 사비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부여를 떠나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공주도 둘러보아야 했기에 공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에서도 역시 처음은 박물관부터! 웃는 기와로 신라의 미소 불리는 경주의 얼굴무늬 수막새가 있다면,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상상의 동물 진묘수가 맞아주었다.
이곳 어린이박물관은 지금은 다행히 예약제가 아니어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했다. 무령왕릉을 콘셉트로 하여 여러 가지 체험과 역사퀴즈 등을 풀어볼 수 있었다. 공주박물관은 로비가 공사 중이어서 출입구가 다른 쪽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가을에 있을 대백제전을 앞두고 여러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공주박물관은 초기백제의 모습에 대한 부분은 부여박물관과 비슷하게 이루어졌으나 무령왕릉이라는 특이점으로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었다. 크게 전시실은 두 군데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웅진백제실과 충청남도역사문화실이 있었다. 웅진백제실에서는 웅진백제의 모습에서부터 무령왕릉이 발굴될 당시의 티브이 자료와 사진 자료, 무령왕릉의 내부 모습과 유물등이 잘 이야기되고 전시되어 있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 진품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는 복제품이라고 붙여서 전시된 것들도 볼 수 있었다.
박물관마다 책에서 본 내용을 찾아보며 이야기 해주는 첫째
공주 박물관을 잘 관람하고 난 뒤 빼놓을 수 없는 공주무령왕릉과 왕릉원으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송산리고분군이라고 불리다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견되고 나서 공주무령왕릉과 왕릉원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 정시에 시작하는 해설사분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행운을 얻었는데 독특하고 신기하게도 해설사분이 일본분이셨다. 그래서 본인의 억양이나 한국어의 유창성이 조금 부족함에 양해를 구하셨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게 유창하고 전문적인 한국어로 아주 자세하게 잘 들었다. 그분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했다.
송산리고분군이라 불리던 그 시절 일제강점기에 이미 발굴되어 고분들의 유품은 다 도굴되었고 고분의 형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는데, 1971년 장마철 비가 많이 와서 6호분의 배수로 공사를 진행하던 중 인부의 괭이 끝에 딱딱하게 부딪힌 것이 바로 무령왕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도굴된 유품들이 하나 없이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발굴된 유품들로 번호로 붙인 고분이 아니라 온전히 주인이 밝혀진 왕릉으로 삼국시대 유일하게 주인을 알고 있는 무덤이라고 했다.
해설사 선생님께서는 일본의 문화재수탈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 하시며 문화재반환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원한다 하셔서 일순 우리 모두 숙연해지기도 했다.
실제 고분과 똑같이 재현해서 만들어 놓은 무덤 안을 들어가서 보며 만져보고 느끼며 그저 관람만 했으면 스쳐 지나가거나 의미를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이야기들도 해설사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알려주시니 귀에 쏙쏙 들어와 머리에 콕콕 박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보다 오히려 우리 부부가 더 좋았다를 연발했으니 말이다.
재현된 무령왕릉에서
열정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던 해설사선생님과
전시실의 관람을 마치고 외부에 왕릉을 보려고 올라갔다.원래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문화재 훼손방지를 위해 막아두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보수공사로 아예 외부 관람도 펜스로 막아두어 들어갈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공사기간은 대백제전과 상관없이 올해 12월까지 진행된다고 적혀 있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우리라서 매우 아쉬웠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웅진백제투어를 마무리했다. 공주에서도 공산성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 역시 남았지만 그럼에도 웅진과 사비를 통해 백제인의 숨결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어른들만 있다면, 또는 온전히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필요를 정확히 맞추어 여행할 수 있었겠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하며 다른 부수적인 것들도 고려해야 하는 여행이었기에 취사선택하며 취할 것을 잘 생각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작년 경주 역사여행 보다 몸도 한 뼘씩은 더 큰 우리 아이들이 이번에 마음의 키도 더 성장한 시간이었으리라 믿는다. 8월 중순이 넘어갔다 해도 여전히 더웠던 8월의 더위에 맞서서 이리저리 이동하고 식사와 간식, 레저까지 생각해야 했던 우리 부부의 노고에 남편과 서로 칭찬하고 격려했다.
다음 해는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여행이 끝나자마자 서로의 생각을 나눠본다. 아이들과 하는 여행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잘 몰라도 그 끝이 오기 전까지 부지런히 다니며 켜켜이 여행책장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