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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23. 2023

큰 아이의 열두 번째 생일날

아이와 함께 산 지 열두 해 째다. 해마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까 생각하며 맞이하고, 지난해와 같이 비슷하게 보내며 생일을 보냈다.


아이 생일 때는 내가 미역국과 불고기등 반찬을 해 줄 필요없이 친정엄마의 끔찍한 손주사랑으로 모든 반찬을 택배로 보내주시니 부담이 없다. 그저 나는 생일 선물과 카드, 케이크만 준비하면 된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생각했다가 케이크 하나만 겨우 준비해서 보내기를 여러 해째. 이번에도 노래 부르는 곰인형을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휴가가 끝나고 다음 날이 아이 생일이어서 택배 도착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그것도 패스했다.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해져서 생일카드를 조금 더 정성스레 쓰고, 생일축하 순서 후 보드게임 시간에 아이에게 생일자 우대를 해 주는 것으로 생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전 국민이 다 알 법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에, 아이 이름을 넣어서 불러주며 축복했다.


뭔가 빠진 것 같고 더 해주어야 할 것 같은 생일이 지나가고, 내일이면 생일이 지나버려 아쉬워할 아이가 생각나서 오늘 하루는 학습지 한 장이라도 빼줄걸, 좀 더 생일 기분 나게 해 줄 걸 하며 내가 더 아쉽고 미안하다. 사실 그 배경에는 다음 주 토요일이 생일인 둘째가 지켜보고 있어서, 자기 생일 때 그대로 똑같이 해 달라고 할 것이 뻔하고 그렇지 않으면 떼를 심하게 쓸 것이 예상되어 너무 생일자 우대를 해 주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좀 더 티 나게 특별하게 축하해 줄 걸 하며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 건 엄마몫인가 보다.



아이가 생일인 날에는 내가 아이를 낳았던 때가 늘 떠오른다. 양수가 터져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그 아침을, 역아라서 응급수술로 바로 수술대에 올랐던 때를 떠올리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손가락, 발가락 다 있어요? '라고 물었던 그때를. 한 생명이 와서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고 바꿔 놓았던 그 탄생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아이가 커서 지금 저렇게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처음 만난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기억하자. 그렇게 되뇌어 본다.



오늘 아침, 등교 전에 큰 절을 하고 가겠다던 아이의 말이 떠올라서 또 미소 짓는다. 모든 가정의 아이는  금지옥엽이다. 우리 집에도 있는 금지옥엽이들을 더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섬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매일 새벽에 하는 아이들을 향한 기도에 덧붙여서 오늘은 특별 감사 기도까지 더해진 기도로 고요히 닫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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