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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28. 2023

찰나의 순간은 짧지만 여운은 영원하다

생각해 보면 누구를 만났을 때는 늘 지나간 좋았던 것을 이야기하며 그때를 회상하고 추억한다. 학창 시절, 직장생활, 해외여행 등 떠올리며 분명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는데 추억으로 채색되어 그땐 힘들어도 좋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밤인지 낮인지, 무슨 계절인지, 날짜가 어떤지 모른 채 시공을 초월하여 허공에 붕 뜬 채로 생활했던 첫 아이 육아시절, 더 힘들었던 둘째 육아시절을 떠 올리며 너무 힘들어서 되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 사진을 보며 이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지나가니 추억이 되고 찰나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만 되어도 아득해지는 기억을 붙들며 벌써 추억의 기차에 올라탄 시간들을 생각해 보며 좋았던 것을 떠올리는 것도 그러할 터이다.

 


잘 생각나지 않지만 남편과 만나서 연애했던 시절에 매일 출퇴근을 시켜주었던 그의 지극정성이 고마웠고, 애틋했다. 생리통이 심한데 상비약이 다 떨어졌을 때 밤늦은 시간에 집 앞에 진통제를 사 왔던 고마웠던 기억도, 야근을 할 때 먹고 싶었던 도시락을 포장해 와서 같이 먹었던 기억도 아련하게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분명 싸웠던 적도 있었는데 그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좋았던 것이 미화되어 안개 낀 장면처럼 몽글몽글 아지랑이 피어나듯 좋았던 시절이라고 아련하게 이야기해 준다.


지난주 우리 가족이 다녀왔던 여행도 벌써 최신 추억의 앨범에 자리했다. 집에 와서 초행길을 가려고 네비를 켜니 전남 여수시, 충남 공주시, 충남 부여군 이렇게 우리의 행적이 남겨져있는 검색창의 기록이 다시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따끈따끈한 최신 과거의 일이다. 분명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그것보다 좋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며 제주에 있는 지금이 낯선 현재가 되어 버린다.


유명하다는 맛집을 안 간지는 오래되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 그리 비싸지 않은 메뉴로 웨이팅도 길지 않다 하여 최근에 남편과 함께 한 수제버거집을 찾아갔다. 주차하기가 힘들어 조금 애를 먹었지만 버거 맛은 이제껏 먹어본 수제버거 중 손에 꼽히는 맛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입가심으로 차에 구비된 레몬사탕 하나씩을 쪽쪽 빨아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했던 찰나의 순간이, 아니 그보다 전에 버거집에 도착해서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며 함께 먹었던 잠깐의 시간이 기억 속에 콕 박혀 여운이 지속된다. 이것 역시 미화되어 추억기차에서 우리가 꺼내 보는 한 페이지로 기쁨을 전해주겠지 하면서 말이다.

찰나의 순간1

오늘 아이가 하교 후 집에 들어오면서 길에 떨어진 예쁜 나뭇잎 2장을 주워왔다며 손에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던 손놀림을 기억한다. 또 상기된 얼굴로 메뚜기를 5마리나 봤다는 아이의 말투와 생기가 마음속에 사진처럼 기록되어 사랑스러움으로 남았다. 이처럼 지나가는 찰나라는 녀석을 잡아서 마음에 기억하고 순간을 기록하며 기쁨이 남도록 하고 싶다.

찰나의 순간2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는 영원할 것 같았던 일들이 금세 지나가버렸고, 추억이 되면서 그땐 그랬지로 쑥쑥 넘어가버린다. 돌이켜보면 길지 않은 짧은 순간들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끝나지 않는 터널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지금도 일상이 지난하고 더디게 느껴지며 힘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인생은 살아도 깨달음은 느리다.


그래서 찰나로 여겨지는 그 순간의 기억을 붙잡아서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 주로 지난 사진을 보며 추억여행을 떠날 때가 그러한데, 또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기록이 낫다는 말처럼 사진이나 글로 남겨진 지난날을 보다 보면 좋았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스쳐가는 순간을 남겨서 그 여운이 내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되게 한다고 해야 할까.


실상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인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삶의 많은 진리들처럼 알고 보면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순간의 소중함과 순간의 귀함을 잊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에게 소소함 감동이 무지개처럼 또는 코 끝에 스미는 시원한 바람처럼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한다.


그래서 바로 지금!

지금을 붙잡아 기록으로 잡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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