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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Sep 05. 2023

계속 쓰는 용기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 보았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을 올리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마음 한편이 불편하고 켕긴다. 화장실이 급한 것도 아니고 갚을 빚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글이 나를 독촉하고만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매일 쓰는 것만큼 글이 좋아지거나 탁월하지도 않고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아서 한 번은 내가 무슨 글을 쓰는 건지 발전이 없는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느껴 쓰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갑자기 머리를 감다가도 글감이 떠오르거나 자려고 폰을 막 끄고 돌아 누웠는데 전광석화처럼 머리에 번쩍하고 어떤 문장이 떠오르면 급하게 폰을 찾아서 메모장을 열어 써 놓기 바쁘다.

그 글감이나 문장이 또 탁월하게 좋은 건 아니어서 역시 영감과는 거리가 먼 할망인가 싶지만, 그것을 붙들고 씨름하다 보면 그럭저럭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것을 본다.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가 있는데, 에세이의 정석처럼 느껴지며 재미도 있고, 통찰력도 있으며, 문장까지 좋은 글을 보고 좌절했었다. 이런 글은 도대체 어떻게 쓸 수 있는 것인지,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면 달려가서 비결을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어떻게 그런 문장을 뽑아서 특별하게 만들어내는지 연금술사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지 않거나 하루를 거르며 발행을 하지 않으면 좌불안석이니 당분간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계속 동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글감을 생각하고, 어떤 글을 쓸지를 생각하니 전문 작가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고 자기 최면으로 믿고 있는 중인 듯도 하다.


쓸 거리가 없고, 글 실력이 좋지 않아 그만 쓰고 싶지만 쓰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 가운데 놓치지 않고 계속 가져가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계속 쓰는 용기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라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나간다면 내가 꿈에 그리는, 나만 알고 싶은 문장이 그득그득 쏟아져 나오는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지금 아무 글이라도 끄적이며 쓰고 있으니 꼭 아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계속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계속 쓰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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