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때 놀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도 했지만 아이들과 책도 읽었다. 같은 책을 같이 또 따로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 뒤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고, 저마다 좋아하는 책으로 책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둘째의 독서는 지지부진한 면이 계속 보였다. 글밥이 적고 예전에 읽었던 책의 재미있는 부분만 읽는가 하면, 시간과 분량을 정해줌에도 불구하고 책을 날림으로 휘리릭 읽어댔다. 물론 안다. 반복독서가 주는 이점이 있고 발췌독하는 것도 독자의 권리라는 것을. 하지만 아이는 아직은 성숙한 독자가 아니기에 그렇게 읽기에는 좀 더 훈련되고 숙련된 독서의 시간을 거쳐야 하기에 엄마로서는 조바심이 많이 났다.
방학 동안은 지지부진한 독서의 늪을 탈출하게 하려고 비교적 얇고 스토리가 재미있는 책을 윤독하며 읽기도 했고 듣는 독서가 되도록 쭉 읽어주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의 독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그런데 첫째가 매우 재미있게 본 「2년간의 휴가」(15 소년 표류기) 책을 둘째가 집어 들었다. 첫째가 몇 번이고 다시 본 장편소설인데, 나에게도 꼭 읽어보라며 꾸준히 여러 번 권했었다. 그럼에도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아직 읽지 않고 있었는데 둘째가 그 책을 집어 든 것이다. 15명 소년에 관한 인물소개를 흥미롭게 읽더니 내용 속으로 푹 빠져들어 읽는 것이 아닌가. 둘째가 읽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책인데, 600쪽이 넘는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니 감격이 되었다. 시간이 좀 걸리고 방법은 달랐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같이 읽고, 읽어주었더니 안 될 것 같았던 아이가 읽는 모습을 보니 진짜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너무 감격하거나 오버스러운 모습이 자칫 아이에게 과도하게 느껴질까 봐 나름 적당히 감격하고 칭찬해 주었다. 아직 엄마도 읽기가 힘들어 읽지 않았는데 엄마보다 먼저 읽기를 시작했다며 기특함을 충분히 표현했다.
그랬더니 더 칭찬이 받고 싶은 건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읽으면서 대충 읽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긴 했지만 그런 마음을 잘 접어서 넣어 놓고 무심한 듯 넘치지 않는 호기심으로 어떤 장면이 재미있었는지 슬쩍 물어봤다. 그랬더니 덤으로 자신은 등장인물 속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와 닮았는지 까지 이야기해 주었다.
아, 읽기는 읽었구나. 안도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나도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둘째가 4살부터 시작된 책 읽어주기와 함께 책 읽기는 지금 10살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우리 집의 유희이자 놀이이다. 그래서 때마다 무슨 책을 읽는지, 날마다 무슨 책을 읽는지 새삼스럽지가 않고 책장의 가장 베스트 존에 지금 읽기 좋은 책을 꽂아두었으며, 도서관 존에는 도서관에서 주기적으로 대출해 오는 책을 꽂아두었다. 엄마인 나도 독서모임 두 군데에 몸을 담고 있어 독서대에 매일 읽는 책이 있고, 외출의 필수품은 한 사람당 1~2권의 책이었다.
좀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던 둘째가 스스로 벽돌책과 같은 책을 집어 들어 읽게 된 고무적인 사건 앞에 마음이 붕 뜬다. 앞으로 함께 책을 읽어나갈 시간들에 가슴이 벅차다. 부디 일회적인 단발성의 독서로 끝나지 않길, 숙련된 평생독자가 되길 꿈꿔본다. 오늘도 책 읽을 거지? 둘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