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싶어 청명한 날씨에 기분 좋음도 잠깐,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나 싶더니 저녁 6시가 안 되었는데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계절이 왔다.
그럴 때 제주도민이면 자연스레 집에 가면 있는 것이 귤이다. 오다 주웠다 처럼 이웃분들이나 아는 분들이 귤을 박스나 콘테나로 또는 봉지에 담아 가져다주신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씀은 " 미깡(귤) 받아서 먹을 데가 있수꽈? "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신다 하면 약간 애처롭게 또는 안타깝게 보시며 " 다 먹으면 말합써." 하시며 또 주겠노라 하신다.
귤 인심이 후하고 인정이 가득한 이웃분들 덕에 제주 입도 7년 차에 가을, 겨울, 이른 봄까지 귤 배는 곯지 않고 있다.
청귤부터 조생귤, 만감류에 이르기까지 종류별 귤을 갖가지로 맛보고 즐기고 있다.
청귤철이어서 받은 청귤로 청귤청을 만드는 과정
청귤철이면 청귤철답게 한 박스 가득 주시고, 조생귤철이 되면 역시 한 박스 가득 또는 한 콘테나를 주신다. 만감류철이 되면 각각 다른 이웃분들이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등을 주신다. 만감류는 보통 12월부터 수확하는 귤 종류로 앞서 말한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을 말한다.
여러 가지 귤을 맛보고 즐기기 때문에 착즙을 해 먹을 때도 있고, 귤칩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착즙하는 과정
착즙주스
또한 귤이 먹다 먹다 넘쳐나서 처분을 못할 때는 육지 친정, 시댁, 친구들, 지인들에게 한 박스씩 선물하기도 한다. 실제 다른 판매업을 하시지만 귤철에만 택배업무를 하시는 곳에 가서 귤 택배를 부친다. 단골 택배가게에 가면 이미 몇 년 동안 꾸준히 육지로 부쳤던 이력이 남아 있어 이름만 입력하면 주소 운송장을 자동으로 출력할 수 있다.
찬바람이 솔솔 불면 어딜 가든지 귤나무를 보며 눈도 힐링하고, 집에 떨어지지 않는 귤을 보며 입도 호사를 누리는중이다.
제주 도민에게 귤은 사랑이고 친분이고 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써 받았던 귤 박스는 다시 육지에 귤을 보낼 때 사용하려고 잘 보관 중이다. 그리고 박스에서 옮겨 담아 썩지 않게 보관하며 먹을 귤을 잘 두었다. 귤을 다 먹어갈 때쯤이면 또 귤이 생겨나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정말이지 화수분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