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삶
실행
신고
라이킷
90
댓글
27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므니
Nov 14. 2023
나는 김밥을 쌀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소풍이면 무조건 김밥이지!
이제는 소풍이라는 이름대신 현장체험학습이라고 부르지만
도로명주소를 써도 OO동이라는 지명을 같이 쓰는 것처럼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해도 여전히 소풍이라는
말이 입에 붙는
다.
소풍 가기 하루 전 날, 편의점에 가서 가져갈 과자와 음료수를 사고 설레어 잠을 설치는 아이만큼
엄마인
나도
잠도
설친다
.
바로 김밥 때문에.
화려한 도시락이 넘쳐나는 시대에
김밥 말고도 다양한 메뉴로 도시락을 싸는 시대에
변하지 않고 아이들 어린이집 시절부터 꾸준히 도시락은 김밥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김을 4등분 하고 들어갈 재료도 작게 손질해서 말 그대로 꼬마 김밥을 싸 주었다.
조그만 입에 김밥이 쏙
들어가라고
.
먹기 좋게 쏙 먹으라고.
조금 크니까 김밥 김을 2등분 해서 쌌고,
이제는 김밥 김 한 장으로 둘둘 말아 싸지만, 대신 김밥을 썰 때는 얇디얇은 김밥으로 썬다.
때때로
속이 다 튀어나오는 낭패를 맛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김밥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싸는 과정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럭키세븐!(연식이 나온다)
소고기, 우엉, 시금치, 계란, 단무지, 어묵, 당근이다.
누가 정해 준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김밥에 딱 일곱 가지 재료를 볶고 무쳐서 넣는다.
누가 정해 주지 않았다
.
하지만 보고는 배웠다.
친정엄마의 김밥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소풍날, 잠을 설친 얼굴로 눈을 비비고 나오면 맞이하는 건 꼬순 참기름 냄새였다.
눈도 못 뜬 채로 엄마 옆에 가서 김밥 꼬다리를 날름 받아먹었다.
아침으로도 김밥을 먹고, 점심으로도 먹을 김밥을 싸 가지고 가는 발걸음은 말해 무엇하리.
우리 엄마 김밥이 우리 반에서 최고로 맛있었다.
반 친구
들도 내 김밥을 어찌나 탐했는지.
인기 1등 도시락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고 하면 추억을 너무 많이
미화시킨
건가.
엄마는 30년
전이었던 그때
도 다양한 김밥을 말아주셨다. 치즈김밥, 참치김밥, 계란말이 김밥 등등
지금의 나는 시도해보지도 않는 여러 김밥을 둘둘 말아 모양도 예쁘게 찬합도시락에 선생님 도시락까지 정성스레 싸 주셨다.
무겁다고 투덜댔지만 엄마의 솜씨는 우쭐하게도 만들었으므로 군말 없이 선생님 것까지
양손가득
도시락을 챙겨 나갔던 소풍의 추억들.
이제 내가 우리 집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자 소풍 전날 밤에 김밥 재료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소풍날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엄마를 칭찬해 주며, 친구들 김밥보다 우리 집 김밥이 최고라고 엄지 척을 날려주는 아이들을 보면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씻겨나간다.
소풍 날 아침의 식사
소풍날 아침 메뉴가 김밥인 것도 엄마와 꼭 닮게 차려 낸다.
그렇게 나는 김밥을 쌀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keyword
김밥
소풍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