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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Nov 14. 2023

나는 김밥을 쌀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소풍이면 무조건 김밥이지!

이제는 소풍이라는 이름대신 현장체험학습이라고 부르지만

도로명주소를 써도 OO동이라는 지명을 같이 쓰는 것처럼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해도 여전히 소풍이라는 말이 입에 붙는다.


소풍 가기 하루 전 날,  편의점에 가서 가져갈 과자와 음료수를 사고 설레어 잠을 설치는 아이만큼

엄마인 나도 잠도 설친다.


바로 김밥 때문에.

화려한 도시락이 넘쳐나는 시대에

김밥 말고도 다양한 메뉴로 도시락을 싸는 시대에

변하지 않고 아이들 어린이집 시절부터 꾸준히 도시락은 김밥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김을 4등분 하고 들어갈 재료도 작게 손질해서 말 그대로 꼬마 김밥을 싸 주었다.

조그만 입에 김밥이 쏙 들어가라고.

먹기 좋게 쏙 먹으라고.

조금 크니까 김밥 김을 2등분 해서 쌌고,

이제는 김밥 김 한 장으로 둘둘 말아 싸지만, 대신 김밥을 썰 때는 얇디얇은 김밥으로 썬다.

때때로 속이 다 튀어나오는 낭패를 맛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김밥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싸는 과정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럭키세븐!(연식이 나온다)

소고기, 우엉, 시금치, 계란, 단무지, 어묵,  당근이다.

누가 정해 준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김밥에 딱 일곱 가지 재료를 볶고 무쳐서 넣는다.

누가 정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는 배웠다.

친정엄마의 김밥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소풍날, 잠을 설친 얼굴로 눈을 비비고 나오면 맞이하는 건 꼬순 참기름 냄새였다.

눈도 못 뜬 채로 엄마 옆에 가서 김밥 꼬다리를 날름 받아먹었다.

아침으로도 김밥을 먹고, 점심으로도 먹을 김밥을 싸 가지고 가는 발걸음은 말해 무엇하리.

우리 엄마 김밥이 우리 반에서 최고로 맛있었다.

반 친구들도 내 김밥을 어찌나 탐했는지.

인기 1등 도시락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고 하면 추억을 너무 많이 미화시킨 건가.


엄마는 30년 전이었던 그때도 다양한 김밥을 말아주셨다. 치즈김밥, 참치김밥, 계란말이 김밥 등등

지금의 나는 시도해보지도 않는 여러 김밥을 둘둘 말아 모양도 예쁘게 찬합도시락에 선생님 도시락까지 정성스레 싸 주셨다.


무겁다고 투덜댔지만 엄마의 솜씨는 우쭐하게도 만들었으므로 군말 없이 선생님 것까지 양손가득 도시락을 챙겨 나갔던 소풍의 추억들.


이제 내가 우리 집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자 소풍 전날 밤에 김밥 재료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소풍날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엄마를 칭찬해 주며, 친구들 김밥보다 우리 집 김밥이 최고라고 엄지 척을 날려주는 아이들을 보면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씻겨나간다.

소풍 날 아침의 식사

소풍날 아침 메뉴가 김밥인 것도 엄마와 꼭 닮게 차려 낸다.

그렇게 나는 김밥을 쌀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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