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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Dec 27. 2022

우리 모두는 개가 아니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읽고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건 무슨 말인지 의아했다. 문장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바르톨로메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사람인지 사물인지 알 수가 없으니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우리의 관습상 '개'가 들어가면 그다지 좋지 않은 뉘앙스이므로 이건 뭔가 하는 생각이었다.

아차, 요즘 MZ세대들의 개좋다. 개싫다 와 같은 최상급 표현으로서 쓰이는 접두어 '개'는 차치하고 말이다.

(얼마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이 그림에서 난쟁이 어릿광대가 등에 발을 올려놓고 밟고 있는 개가 있다. 그 개를 바르톨로메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치환해서 그려낸 소설이다.



바르톨로메는 날 때부터 기형아로 태어난 소년이었다. 바르톨로메의 다리는 짧고 가느다란 막대기 같았다. 발도 진흙 덩어리를 뭉쳐 놓은 것처럼 작고 뭉툭했으며, 발끝에 달린 발가락도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위로 형, 누나, 밑으로 동생이 있지만 바르톨로메만 난쟁이로 태어났다.


바르톨로메의 가족은 마드리드에서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의 마부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서 마드리드로 이주하게 된다. 원래는 바르톨로메를 데려가지 않은 아버지의 강경한 의사가 있었지만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 모두 바르톨로메를 남겨두고 가는 것에 반대해서 결국은 궤짝에 넣어 데리고 간다. 이때부터 바르톨로메는 사람이 아닌 대우를 받게 된다. 물론 가족 내에서는 예외였지만,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모두 마드리드에서 저마다의 일거리를 찾아 자신의 몫을 해내지만 바르톨로메는 예외였다. 그런데 형 호아킨이 엘 프리모라는 난쟁이이지만 왕궁의 서기관을 보고 난 뒤 바르톨로메에게 글을 배우게 하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프란체스카 수도원의 크리스토발 수사에게 바르톨로메를 데려가 글을 배우게 한다. 바르톨로메는 신부님과의 글공부로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바르톨로메는 행운인지, 악연인지 모를 운명에 휩싸여 마르가리타 공주의 눈에 띄어 궁전에 들어가게 된다. 공주의 '인간개' 노릇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바르톨로메의 궁전 탈출기와 새로운 인생을 사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 라헐 판 코에이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자. 잊지 말자.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겉모습 속에 숨겨진 내면의 아름다움과 재능을 발휘할 기회는 주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일까. 실제로 작가 라헐 판 코에이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자랐는데 빈 대학에서 일반 교육학과 특수 교육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에도 관심이 많아서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이라고 하니 그의 글에 더욱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사계절의 1318 문고에 속한 책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기도 해서 초4 아들과 함께 읽은 책이기도 하다. 아이는 아직 척추장애인을 본 적이 없어서 진짜 이런 사람이 있냐고 묻기도 하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냐고 궁금해했다. 그리고 재능을 발견해서 마침내 재능이 나타나게 된 것이 대단하다고도 했다. 요즘 아이가 꿈에 대해 부쩍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기라서 그런가. 한 사람의 재능이 피어나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되는 것이 와닿았나 싶었다.


어쩔 수 없이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운명이 되어버린 바르톨로메. 바르톨로메를 보며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이 소외되고 잊혀 가는 이웃이 없는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며 외로웠던 나의 학창 시절이 소환되기도 했다. 비주류에 속하는 삶. 그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리.

하지만 이 정도로 바르톨로메의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언젠가 기사에서 볼 수 있는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정말로 소외된 이웃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한 권 읽는다고 단숨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생각과 마인드를 환기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바르톨로메를 향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외모가 아닌 바르톨로메의 재능과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도 나온다. 편견과 장애에 맞서지만 신파적이지 않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소설로 마음이 데워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더 찾아보며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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