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by 므니

나에게는 몇 개의 가면이 있을까.

누구보다 투명하고 겉과 속이 같다고 자부해 보지만, 그럼에도 나도 피할 수 없는 가면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을 터.

평소 과일에 비유해서 나는 토마토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지향한다고 말하곤 한다. 겉과 속이 같아서 잘 익은 토마토가 붉은 선홍빛 빛을 띠면서 자신의 익은 농도와 정도를 색으로 보여 주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반대로 수박과 같은 사람은 싫다고 생각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정말 다르다. 겉만 봐서는 속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수박의 잘 익은 정도, 달콤한 정도를 판별하는 기준이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100프로를 나타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면을 쓰는 사람도, 내가 가면을 쓰는 것도 싫어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살다 보니 불가피하게 가면을 써야 하던 때도 있더라. 사회적 자아를 내보이며 사회생활을 해야 할 때,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써 보이며 가면과 걸맞은 적절한 언행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딴에는 가면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나의 여전한 모습이 내비칠 때가 많았다. 그럴 땐 혼자 실소를 터뜨리며 나는 가면을 써도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구나. 그냥 가면 없이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가면이 필요 없는 진실한 사람, 한창 유행했던 말인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자라고 결심했다. 그러니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쓸 일도, 벗을 일도, 가면 속 내가 들킬 염려를 하는 일도 차츰 없어졌다.


진실되게 나를 내 보이는 것은 어떠한 판에서 나의 패를 다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잃을 경우가 많고, 손해 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속을 끓이며 한숨과 후회로 이불킥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가면 대신 속을 내 보이는 것을 택했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더라도, 사람이 그렇게 맑기만 하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더라도. 분명히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들과 어울리면 되고. 그들이 나를 알아보며 나와 함께할 물고기가 되어줄 테니까 말이다.


가면 없이 자유롭게. 나답게. 토마토처럼. 그런 사람으로 진정성 있게 사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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