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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May 17. 2023

지금 누구와 대화하며 살고 있나요?

아이가 어릴 땐 육아만 하니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웠다. 퇴근하는 신랑만 눈 빠지게 기다리며 대화에 목마르고 대화를 기다렸다.


아이가 조금 크고 나니, 여러 모임에 기웃거렸다. 아이친구 엄마 모임, 반모임,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관련 모임 등등.

실컷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해갈되지 않았고 짠 음식을 먹은 듯 돌아오면 물을 들이켜듯이 이불킥을 하며 대화의 잔상에 편하지가 않았다.


그러다 나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라는 친구를 만났다. 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면 대화는 끊이지 않겠다 싶었는데, 웬걸. 일상의 분주함과 떨어지는 체력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고 나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지만 쓸거리 또한 고갈되고 말았다.



누구를 붙잡고 나 여기 있소 를 외치며 대화해야 하나 하던 찰나. 안성맞춤, 찰떡궁합인 대화 상대들을  만나게 되었다. 공통점 하나 없어도, 사는 곳이 달라 랜선으로 소통하는 사이여도 매개가 되는 책이 있고 관심사가 통하니 불편한 제약들쯤은 훌쩍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사유하는 브런치 작가들의 모임이라는 우리의 모임명도 얼마나 제격이고 사랑스러운지. 책 한 권을 시간을 쪼개가며  읽고 발제문을 정성스레 올리며, 발제문을 보며 답변을 생각하고 정말 사유하면서 품을 많이 들이는 모임이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통해 울리는 울림과 감동을 나누고 진정 대화가 오가는 모임을 통해 대화의 참맛을 배워가는 중이다.



대화의 갈증이 이렇게 풀리기도 하구나를 느끼며 아이 엄마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롯이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동참하는 대화의 창구가 되어 준 사브작에게 감사한다.

잠자고 있는 나의 글쓰기를 깨워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 해 주어서 또한 감사하고.

함께 꿈꾸며 나갈 수 있게 끌어주고 밀어줘서 또한 감사한다.



대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더이다. 나의 세계에서 확장해 확실한 매개를 붙들고 관심사와 애정을 공유하니 대화의 장이 열리더이다.


그래서 오늘도 대화하고 사유하고 글을 써 나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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