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던 때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방송 댄스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일반 댄스 학원이었던 것 같은데 전문가 양성을 위한 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취미반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나를 비롯한 직장동료들은 다이어트에 열심인 지라 다들 다이어트라 생각하고 열심히 다녔었다. 아침에 7시 클래스에 들어가 8시까지 열심히 춤추다가 샤워하고 나와서 버스 정류장 앞에 파는 노점상 김밥을 한 줄씩 사 들고 다 같이 버스 타고 출근하는 맛이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젊음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평생 춤이라곤 춰 본 적이 없던 터라 이건 뭐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며 따라 하던 수준이 다였다. 그마저도 잘하는 분들은 앞에 가서 추지만, 나는 뒤쪽 기둥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추던 그 시절의 춤은, 춤이라고 부르기엔 뭣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유연한 몸짓과 춤사위를 보며 열심히 따라 췄다. 방송댄스니까 주로 가요에 맞춰 걸그룹의 안무를 따라 하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 유명한 미쓰 에이의 Bad Girl Good Girl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평소 가요를 즐겨 듣진 않았지만 춤출 때의 가요는 경쾌하고 신 이 났다. 못 추는 춤일지언정 몸을 흔드니 흥이 났고, 땀을 흘리니 개운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다 보니 춤을 출 때만큼은 잠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는 긴장도 됐지만 이내 그 동작이 수월해지면 스스로 우쭐해져 춤을 추며 멋을 부리는 새로운 나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글쓰기는 어떠한가. 마음먹지 않으면 국민학교 일기 이후로 손을 놓고 쓸 기회가 전혀 없는 점이 춤과 같다. 마음먹고 누군가 멍석을 깔아 주지 않으면, 아니 자기 자신이 적극성을 가지지 않으면 출 수 없는 춤처럼 내면의 춤사위를 나오게 하는 글쓰기도 마음먹지 않으면 새로운 나의 내면을 도통 끄집어낼 수 없는 것이 춤과 같다. 그런데 한 번 추면 흥이 나고 신 이 나 계속 추고 싶은 춤처럼 글쓰기도 한 번 시작해서 흐름을 타고 바람을 타면 계속 쓰고 싶어지는 것이 또 같다.
춤바람이라고들 하며 부정적인 말로도 쓰이지만, 스포츠댄서들의 아름다운 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글도 마찬가지다. 유려한 문장이 적히거나 내 마음을 대변해 놓은 듯한 글을 보면 무릎을 탁 치며 이거지. 하는 감탄과 존경이 나온다.
글을 쓰다 보면 이렇게 글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도 글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게 한다. 댄스를 글감으로 했을 때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잊고 있었던 추억을 소환하고 글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그렇게 글로 이어지게 하는 마력이 글쓰기에 있다.
이것이 나를 잊고 글에 나를 싣는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 신나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상쾌해지듯이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춤을 추듯 두드리다 보면 글이 나를 쓰는 경험을 하게 되니 이것이 마력이 아니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