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보는 노을
노을과 함께 무르익어 가는 열매들
오늘도 어김없이 식단에 빠지지 않는 각종 텃밭 야채들. 별다른 반찬 없이 불고기만 간단히 볶아서 올리고 나머지는 야채 행진이다. 더운 여름 끓이기 싫은 국은 패스다. 국은 없냐고 물어보는 둘째에게 쿨하게 없다고 대답해 주고 식탁에 앉았다.
불고기는 거들 뿐. 메인은 텃밭 야채식탁에 오른 야채는 고추, 부추, 상추, 오이, 깻잎이다. 방울토마토도 새들에게 빼앗길세라 얼른 몇 개 땄지만 밥 먹을 때는 올리지 않았다. 고추는 아직 더 자라도록 둬도 되지만 더 자라게 두니 뜨거운 햇빛에 약이 올라 매워지는 것 같아 매워질세라 따서 올렸다. 부추는 봄에 한 번 베어 냈더니 제법 마트에서 파는 듯한 부추의 모양새를 갖추고 자라났다. 수확해서 먹으면서도 이 부추가 우리 텃밭 거라니 감탄하며 신기하고 감사하다. 남편의 표현으로는 부추를 베어내고는 와서 부추 이발을 이만큼 해줬다고 농담을 던진다.
왼쪽이 이발을 마친 부추들, 오른쪽은 이발 순서를 기다리는 부추들그렇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남편의 손에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식물들이 목이 마를까 봐 열심히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가지치기를 해서 잔가지를 정리하고, 모기밭이라 불러도 될 만큼 모기가 많이 있는 여름 텃밭에서 모기에게 뜯겨가면서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텃밭을 돌보는 남편에게 감사가 된다. 이쯤에서 혹여나 오해가 생길까 봐 적어 본다면 남편은 원래 집안일에는 손에 물 하나 묻히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사 온 뒤부터 이상하게 텃밭일에는 애정과 열심을 그득그득 쏟아부으며 열정적으로 해내는 그를 보며 내심 기쁘고 감사해서 잘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예쁘게 잘 자라고 있는 청상추들 부추밭과 돌담의 콜라보, 주렁주렁 열린 고추 뒤로 보이는 석양 별다르게 차린 것 없는 식탁에서 야채들은 한 자리씩 차지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식탁을 그득그득 채워준다.
자연의 햇볕이 익게 하고, 물로만 크는 것 같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 자체가 경이롭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고,
매일 봐도 신기하고,
매일 봐도 감사하다.
그래서 텃밭을 보면서는 잠깐이나마 겸손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오늘도 높아졌던 마음을 낮추고, 번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게 하는 힘을 텃밭에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