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집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돌담을 끼고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텃밭이다. 이사에 정신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집 정리에 여념이 없었지만, 주위 분들이 이 밭이 비옥하고 좋다며 뭐라도 뿌리고 심을 것을 추천해 주셨다.
그래도 여력이 없었던 우리였는데 대파, 상추, 가지, 고추, 호박, 방울토마토, 열무를 우리를 대신하여 정성껏 뿌리고 모종을 심어주셨다.
그 덕에 심지도 않은 우리가 고스란히 수혜를 누리며 달콤한 열매들을 맛보았다. 바로 현관문을 나서서 있는 텃밭이다 보니 원치 않는 벌레들의 습격도 많지만, 냉장고에 대파를 저장해 두지 않아도 바로 잘라서 먹을 수 있는 천연 야채창고와 같은 밭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발아시킨 오이의 떡잎이다밭이 비옥한 게 맞는지 대파도 상추도 가지도 고추도 호박도 방울토마토도 주렁주렁 열리고, 벌써 수확해서 열무김치로 환생한 열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무화과도 가을을 기대하게 만드는 귀한 몸이다.
이제는 요리하다가 아이들에게 가위를 주며 대파를 잘라오라고 하기도 하고, 날마다 오고 가며 텃밭의 식물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고 눈인사를 하며 잘 자라라고 마음속으로 응원과 잘 자라고 있는 식물에게는 칭찬을 하며 엄마 미소로 바라본다. 오며 가며 잡초를 제거해 주고, 벌레 먹은 것은 없는지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린 자리 밑으로는 가지치기를 해 주며 더 잘 자라라고 격려를 해 준다.
내복 바람으로 대파수확중인 아이들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며 벌레 먹어 죽어 가는 식물을 정리하는 일은 상당 부분남편의 몫인데 힘들지도 않은지 열심히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제는 본인이 좋아하는 청상추와 오이를 키워내고자 발아를 시켜 싹을 옮겨심기도 하는 등 매우 열심이다. 그를 보며 살짝 낯설긴 하지만 기분 좋은 낯섦에 마음도 밭의 식물처럼 파릇하고 푸릇하게 싱그러워지고 있다.
아, 내가 한 일은 신선한 샐러드를 먹기 위해 다이소에 가서 루꼴라와 바질 씨앗을 삼아서 심은 정도이다. 근본 없고 배운 것이 없는 초보 농사꾼인지라 그저 흙을 약간 파서 씨앗을 심었다.(부었다.) 너무 작은 씨앗들이라 손에 부어 조심조심 심으려고 했던 것들이 바람에 날려서인지 땅에 쏟아졌고, 그 씨앗들을 골라내기 어려워 그대로 심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씨앗을 심은 그다음 날부터 2일 연속 비가 오는 바람에 씨앗이 다 썩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매우 걱정도 되었다. 과연 바질과 루꼴라가 살아남을 것인지 걱정이 되었는데, 바질은 꼬물거리는 작은 잎이 보이기 시작했고, 루꼴라는 제법 존재감을 드러내며 씨앗이 부어진 그대로 간격 없이 매우 촘촘히 자라나고 있다.
초보 농사꾼에게는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새롭다. 벌레 먹어 죽는 것이 생기면 안타깝고 속상하고 열매가 자라나 영글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상추를 뜯어서 상추 꽃다발로 저녁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하고 우리 밭에서 난 거라서 더 잘 먹는 식구들을 보면 입가가 상추다발처럼 헤벌쭉 벌어진다.
주위 이웃분들이 그것도 밭이냐며 귀엽게 봐주시고 이것저것 도움과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우리는 넙죽넙죽 받아들여 우리 텃밭을 잘 가꾸고자 오늘도 물 주고 가지치기하고 잡초 제거를 하면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잡초가 들어와 원래의 작물의 성장을 막는 것을 보며 마음에도 잡초가 생겨 본마음의 좋은 뜻과 기운을 꺾는 건 아닌지, 벌레가 먹어 결국은 죽고 마는 식물을 보며 작은 벌레가 본래의 정신과 마음을 삼켜 죽게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새삼 얻는다. 사실 이런 비유는 많이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잡초가 얼마나 끈질긴지, 한 마리의 벌레의 위력을 몸소 느낀다.
살아남는 귀한 식물들을 보며 나도 마음과 생각을 잘 지켜야겠다.
미처 몰랐던 텃밭 가꾸기의 매력을 알고 보니 나도 나이가 들긴 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