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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15. 2023

제주에서 한 여름 더위에 생존하는 법

제주는 섬이라 다른 곳보다 더 습하고 덥다. 후덥지근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 제주가 아닐까.

환기시키려고 에어컨과 제습기를 다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온도는 30도, 습도 85 이상을 가뿐하게 찍는 곳이 제주다. 처음에 제주에 왔을 때는 제주의 습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제습기를 제 때 가동하지 않아서 곰팡이가 피는 바람에 고생도 했다. 그래서 제습기는 한 여름뿐만 아니라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사계절 가전임을 알게 되었다. 당근 마켓에서도 제습기는 연식이 오래되어도 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


우리 가족이 외출 전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제습기의 물통을 비우는 것이다. 방마다 있는 제습기의 물통을 확인하고 물을 비우면 외출 준비가 끝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하는 일은 제습기의 물 비우기이다. 요즘 같은 한 여름에는 밤에 잘 때는 제습기를 방에서는 끄지만 거실에서는 또 풀가동으로 켜둔다. 에어컨의 제습 기능도 쏠쏠하게 사용하면서 습기를 잡고자 노력해 본다.




한 여름에 집에서는 제습기로 습기를 잡고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면,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가 아니겠는가.


강이 없는 제주이지만,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바다 근처에 있다. 해수가 아니어서 예전에는 마을 빨래터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돌담으로 천연담수풀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는가 하면, 담수를 활용해 수영장처럼 사용할 수 있는 담수풀장도 있다. 넓으면서 놀기 좋은 곳으로는 논짓물 담수욕장과  화순담수풀장이 있다. 둘 다 우리 집에서는 멀어서 가본 적은 없고 우리 아이들은 우리 동네였던 삼양 검은 모래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담수풀에서 놀았다. 여기는 해수가 아니라 담수이므로 물이 굉장히 굉장히 차갑다. 나도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한여름에도 뼛속까지 시린 얼음장 같은 물이므로 들어가면 머리끝이 쭈뼛선다. 보통 아이들은 들어가 놀고 그 옆에 돗자리를 펴고 엄마들은 수다를 떨며 아이들 간식을 챙겨준다. 용천수에서 노는 아이들은 입술이 파래져도 엄청 신나게 노는데, 보통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서 담수풀에서 2차 물놀이 및 몸을 헹구기 위해 엄마들이 데리고 간다. 그런데 바다보다 자리 잡기 눈치 경쟁이 치열해서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가 잘 없다. 우리 애들도 몇 번 데리고 가 봤지만 너무 차갑다며 몸서리를 쳐서 한, 두 번 가고 가진 않았다.


우리 집은 애들이 클수록 바다 보다 수영장을 선호해서 수영장을 찾아서 이리저리 많이도 헤맸다. 제주에 있는 웬만한 호텔은 다 수영장이 있지만 주로 투숙객 전용이어서 투숙을 하지 않는 이상 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을 찾거나 제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신화워터파크에 가기도 했다. 단독으로 하는 실외 수영장이 거의 없지만 애월 쪽에 마이테르 수영장과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한 금호리조트의 아쿠아나 수영장이 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로는 폐쇄되어 운영을 안 했지만 골프리조트 안에 있는 실외수영장도 가끔식 이용 했다. 그 외에도 투숙을 하지 않고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 수영장을 쏠쏠하게 이용하러 다녔다.

전세 내며 놀았던 비투숙객 이용 가능한 호텔 수영장에서



제주 하면 바다는 말해서 무엇하리. 제주 동쪽에 사는 우리는 동쪽에 아름다운 해변에 자주 드라이브도 가고 카페도 갔지만 물놀이는 잘하러 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관광지여서 주차하기도 힘들고 물가도 비싸서 말이다. 함덕, 김녕, 세화, 월정리 등 아름다운 해변이 많지만 아이들 어렸을 때 함덕에 몇 번 갔던 것 빼고는 검은 모래라 바다가 좀 덜 예쁜 탓에 사람이 많이 없는 삼양 검은 모래해변에 가서 많이 놀았다. 그것마저도 이제는 모래를 싫어하면서는 덜 가긴 했다. 그리고 사람이 많고 해가 뜨거운 낮에 가기보다는 해 질 녘에 가서 노을도 구경하고 밤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바다에서 먹는 치킨 맛은 말 해 무엇하리.



점점 한 여름 가운데로 진입하고 있어서 얼마나 더 더울지 더워서 얼마나 지칠지 벌써 녹초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아직은 엄마가 데리고 다녀야 하고, 데리고 가면 따라 나서는 나이라 물놀이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다. 명색이 제주인데, 명색이 여름인데, 못해도 1주일에 한 번은 물놀이를 하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해마다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며 데리고 다녔다. 한 주는 워터파크, 한 주는 수영장, 한 주는 바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올해도 번갈아 가며 물놀이를 가야 하니 계획을 잘 세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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