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들어보기

「산책을 듣는 시간」을 읽고

by 므니

* 책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적잖이 놀랐다. 문체나 분위기가 청소년소설보다는 성인소설에 가까워서 말이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개해 나가는데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내밀한 감정과 생각들이 펼쳐져서 읽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건조하듯 담담한 문체가 점점 익숙해지면서는 유려하고 화려한 문장보다 아름답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소설 속에서 마음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글귀들, 정확하게 마음의 중심을 치는 뼈아픈 말들도 곳곳에 진주처럼 박혀 있었는데, 그것을 읽을 때 마음에서 반짝하고 스파크가 일고 명치를 치는 듯한 찌릿함 또한 느꼈다.



내 귀가 안 들리는 게 후천적인 원인이라는 걸 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내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으면 적어도 존중받는 느낌은 든다. 내가 원망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대처가 아니라 원망받을까 봐 평생에 걸쳐해 온 거짓말이다. 언제나 진실이 낫다. 설령 그것이 아픈 진실이라도.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때때로 너무 노력하는데 나는 그런 내가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덜하면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될까? 너무 어려웠다.


수지야,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행동하는 방식대로 너 자신에게 행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고 나면 너 자신을 대하듯이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거야. 불필요한 위로를 하지 않게 되지.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뿐이지. 후회하지 않을 선택만 해야 해. 너의 삶이니까. 선택은 언제나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하는 거야.


어떤 사정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울고 싶으면 더 울어요. 나도 오늘 점심시간에 점심 안 먹고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우는 게 더 급해서


진정한 고독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거야. 그것은 처음부터 둘이야. 너무 가까워서 닿을 수 없는 둘이야.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 안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신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누구도 닿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각자 안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인정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는 이러한 문장을 아이가 잘 이해할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한 것은 넘긴 채 그 나름의 감상이 있었다. 독자가 받아들이며 이해하고 느끼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인데, 엄마라고 또 가르칠 뻔했다.


아이는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장애를 극복하라는 것도 차별이다.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장애인이 원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불쌍해서 동정심으로 도우면 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평했다.


잔잔하지만 가볍지 않은, 무겁지만 어둡지 않은, 그런 소설을 읽었다. 행간의 얼마간의 위트와 독자의 숨 쉴 구멍도 내어 주는 재미도 간간히 있어 진지하지만 청량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여운이 많이 남아 오래오래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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