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람, 지킬 건 사랑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고

by 므니

* 책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님의 책이다. 1982년에 번역 출판되어 지금까지 많은 독자에게 읽혀 오고 있다고 하니 나의 나이만큼 역사를 가진 책이구나 했다. 아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님의 다른 책을 여럿 읽어서 나보다는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였다. 사실, 나는 작가님도 작가님이지만 책 표지를 보니 너무 예뻐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가 봐도 멋진 아들인 요나탄과 병약한 그의 동생 칼은 형제지간이다. 요나탄은 병약한 칼을 구하려다 그만 목숨을 잃고 낭기열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칼도 곧 낭기열라로 가게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둘은 낭기열라에서 사자왕 형제 요나탄과 칼로 불리면서 악당의 무리를 소탕하고 다시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되는데 이쯤에서 보면 전형적인 히어로물로 악을 소탕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요나탄은 용감해도 칼은 여전히 소심하고 약하고 용기가 없는 어린아이이다. 둘이 힘을 합쳐서 위기 가운데서도 서로를 탓하거나 버리지 않고 여전히 우애 있게 지내는 모습은 익히 알고 있는 히어로물과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 낭길리마에 가는 것도 정확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용감하고 굳세었던 요나탄은 이제 쇠약해졌고, 병약했던 칼이 용기를 내는 것도 그러했다.

무엇보다 요나탄은 요즘 말하는 엄친아로 성품도 기개도 외모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칼은 처음부터 병약해서 요나탄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도 힘든 아이였다. 그런데 칼이 요나탄의 용기를 보고 배우며, 희생적인 요나탄의 사랑을 자신도 실천해 나가다 보니 어느샌가 요나탄 못지않게 성장해 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극적인 장면으로 악당과 괴물에 의해 위협당하기도,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하지만, 역시 극복해 내고 마침내는 선이 이기는 것을 보는 것도 마음에 통쾌함을 주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관으로 낭기열라와 낭길리마라는 설정도 마치 한 관문을 통과해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성장의례의 하나이지 않을까 하며 소년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요나탄과 칼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기에,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에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아이도 나도 그러해서 중간에 이 책을 놓기가 매우 어려웠다.


"엄마, 저는 낭기열라와 낭길리마 말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나도 그랬어. 나는 요나탄이 나팔을 떨어뜨렸을 때 너무 끔찍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더라.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면서 다음 장을 읽기가 두려워지더라."

"저는 요나탄이 동생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린 장면이 잊히지가 않아요.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린드그렌 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실 수 있는지 한 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낭기열라와 낭길리마 같은 세계를 만들어 내서 요나탄과 칼을 살게 해 주 다니! 진짜 멋있었어요! "



아이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고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린드그렌 선생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편지를 쓰는 것을 눈여겨본 터라 린드그렌 선생님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도, 궁금증도 많았다. 나 또한 유은실 작가의 그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더 린드그렌 선생님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함께 린드그렌 선생님 작품 뽀개기를 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전형적인 히어로물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전형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모험 이야기였다. 그래도 요나탄이 동생을, 나중에는 벚나무 골짜기와 들장미 골짜기의 사람들을 구하러 나가는 모습과 희생에는 전형적이더라도 결국에는 사람을 구하겠다는 숭고한 마음이 이기는구나 싶어서 감동이 되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세상에, 어느 것이 상식인지 잘 모르게 되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사랑임을 다시 깨달았다.



책의 말미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017년 '노르웨이 문학의 집'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이 책을 인용하여 강연한 전문이 실려 있어서 인상 깊게 읽었다. 한강작가가 「소년이 온다」의 작품을 집필할 때 어릴 때 읽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노라고 되어 있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을 작가가 마음에 새긴 것처럼 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도 사람답게 살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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