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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26. 2023

다 말할 수 없어 글로 씁니다.

예전에는, 조금 어릴 때는 누군가를 만나 재잘재잘 떠들고 수다를 통해 회포도 풀고 마음의 응어리진 것들을 풀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는 곳도 달라지고, 근처에 사람이 있더라도 마음 맞는 것도 다르니 진솔한 대화는 점점 나누기가 힘들어져 입을 닫고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느냐는 말에 진부한 대답이지만 독서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 대답이 진실이었음에도 상대방과의 대화가 끊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원래도 아주 외향적인 성향이 아니었지만  내향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땅굴을 파고 있기도 했다.

점점 그러다 보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편하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만나도 적당히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신변잡기식의 이야기를 하다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씩 응어리진 것은 새벽기도에서 울음과 함께 토해내니 그것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내향적이라고 생각한 내가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 얘기 좀 들어줄래요?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쏟아내니 숨이 쉬어지고, 말문이 트여 재잘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쏟아내는 글이 과연 어떤 성격일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글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문장이 있지  않고, 마음을 울릴 따뜻함도 부족하며 그저 글밭에서 허우적거리며 조금씩 문장을 길어 올려 근근이 써 내려간다. 그럼에도 글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근황도 쓰며, 책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따뜻한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을 볼 때마다 그 문장과 울림이 부러워 기웃대며 흉내 내고 싶어 진다.

재치만점 글을 보면 재미있어 혼자 킥킥 대다가 또 부러워진다.

이렇듯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을 보면 잘 쓰고는 싶으나 아직 그만큼 쓰지는 못하는 나를 보면서 과연 따뜻한 감성이나 재치, 센스는 타고나는 것일 거라며 애써 위로해 본다.


누구나 한 가지는 잘하는 것이 있다고 말을 하고, 누구나 자신만의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을 글로 써내면 된다고 한다. 지난한 작업임에는 틀림없으나 쓰고 나면 해소가 되고, 쓰고 나면 또 쓰고 싶은 갈증을 느끼니 이제는 조금은 쓰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 본다.


여전히 서툴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휘리릭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그 경지에 이를 수 없을 것 같아 벌써 불안하고 서글퍼지는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무슨 글이라도 써 보고, 마음의 생각을 명징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몇 자 끄적이며 불안과 서글픔과 부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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