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의 서사는 고난과 노력, 그리고 극복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개인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노력일까?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하자면 타고난 재능?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전작 '블랙 스완(2008)'으로 2007년 금융위기와 같이 예기치 못한 큰 위협을 묘사하는 단어인 블랙스완을 파급시켰다. 그런 그는 성공에 있어 노력과 재능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하고 절대적인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운이다.
그간 우리는 노력을 강조하며 운의 영향력은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였다. 성공과 실패의 공과를 운에만 전가한다면 노력의 미덕이 폄하되고 요행만 바라는 수동적 사회로 몰락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개인의 노력을 독려하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에 성공의 비중을 절대적으로 할애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를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운칠기삼. 노력보다 행운의 비중을 더 높게 책정한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럼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결국 모든 것은 신에게 달렸을 뿐 인간의 발버둥은 의미 없다는 것이냐는 허무주의에 빠질지 모르지만, 저자가 강조한 개념이 있다. 에르고딕성이다.
에르고딕성이란 장기 시계열에서는 집합 평균으로 유사해진다는 통계학의 용어인데, 사실 그 개념이 조금은 어렵다. 그냥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새옹지마 정도로 치환되지 않을까. 한 번의 성공이 끝까지 유지될 보장도, 한 번의 실패가 계속되리라는 악재도 없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시계열에서 누구나 운에 있어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랜덤 하게 돌아간다.
우리는 이 말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운이라는 파도의 고저는 상시적이니, 언젠가 다가올 운을 움켜쥐기 위해 철저히 준비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조언이지만, 금융업에 종사하는 저자인 만큼, 이러한 교훈은 투자의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두 번의 투자 손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필요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편향. 정도(正道)를 두고 자꾸 지름길을 찾게 만들다.
물론 말은 쉽다. 행동이 어려울 뿐이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통계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있으나, 인간의 편향은 이러한 사실적 교훈을 망각하게 만든다. 성공한 이들은 그들의 스토리가 운에 의해 과소평가되기 원하지 않는다. 이에 그들이 퍼뜨리는 성공담에는 운이라는 요소는 감춰져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성공을 예로 들어보자. 개인의 노력이라는 요소를 소거하고, 오롯이 수익은 운에만 좌우된다고 가정하자. 이익 볼 확률과 손해 볼 확률이 동일하게 50%라면(실제로는 이익 볼 확률은 이보다 적을 것이다.) 만 명의 투자자가 이 시장에 참여할 경우 계속해서 반복된 1/2의 확률의 게임에서 승리를 이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수천만 마리의 흰색 백조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가 참일까? 이러한 추론 방법은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로 명제가 무력화되는 귀납의 문제를 내포한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찬 사람들에게 언제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은 운을 망각한 채 자신의 성공을 실력으로 포장한다.
이러한 성공스토리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또 다른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도의 길을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 치부하며 빠른 경로를 찾으려는 이들은 그러한 이야기에 감명받게 된다.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모방하면 나 역시 그러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렇게 운의 효과를 망각한 채 성공한 자들의 레토릭에 매료된 이들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비합리적인 탐욕은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자들의 내러티브가 끝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자양분이다.
인생이라는 장기시계열에 겸손함이라는 안전핀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에 자산시장이 들썩이자, 당시 나는 투자의 ㅌ도 모르는 상황에서 코인 광풍에 휩쓸려 큰돈을 암호화폐에 투자하였다. 그때 손해 본 돈이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삶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소심한 기질이 매수 금액에 0 하나를 지워준 덕분이다.
지금에 와서 당시를 돌아보면 오히려 코인투자에 실패한 걸 감사히 생각한다. 만약 당시의 내가 무지성 투자에 성공했고 알량한 수익을 얻었다면, 내 투자감과 정보력에 도취되어 더 큰 금액을 투자하고 언젠가 크게 손해를 보았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지만, 천만다행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본문 중)
당시의 사건으로 나는 내가 멍청하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 후 경제, 투자 관련 서적을 수십 권을 읽고 관련 강의도 들으며 안정적인 투자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뿐만이 아니다. 사업에서든 회사에서든 일말의 성공 후에 운이라는 요소를 망각하고 자만한다면 언젠가 후회를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운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한결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운의 영향을 강조하지만, 읽고 나니 원론적인 교훈을 답습한다. 다가올 운을 잡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운이 날 배신할 경우를 대비해 겸손하자. 이것이 장기 시계열의 인생에서 큰 손해를 막아줄 정도(正道)의 자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