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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Y Nov 24. 2023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그러니까, 태어나 살아낸다는 것은, 우리 마음에 생채기가 나 긁히고, 구겨지고, 때로는 크로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리는 과정일 것이다. 빈 마음으로 무기력하게 태어나,  누군가가 들려주고 보여주며 데려다 주는 세상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그 속에서 뿌리를 내려 살아내다 보면 마음은 그렇게 제각각 만들어지는 것일 게다. 그러니,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 각각의 마음이 보고 듣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각자의 진실은 따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별 뜻없이 툭 던진 한 마디가 누군가의 긁힌 마음에 걸려 쇳소리가 되어 아프고, 어렵게 건넨 진심도 마음의 구멍으로 공허하게 흩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성장한다는 것은, 아마도 긇히고, 뭉쳐지고, 구멍이 난 내 마음을 알아채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내 마음에 비친 세상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알아내고, 가능한 보고 듣는 것 속에서 내 마음이 만들어 내는 왜곡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장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더라도, 마음이라는 것은 사실 내 마음 대로 되지 않아서, 당장 보고 듣는 것에 반응하며 괴로워 하는 것일 게다. 알고보면 금이 가고, 녹이 슬고, 구멍이 나거나 부푼 각자의 거울에  비친 얄궂은 세상에 격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텐데, 우리는 그 거울 뒤에 서서 울고 웃는 것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도 계속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비치는 지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내 주변의 인연들은 어떤 마음의 거울 뒤에 서서 세상을 살아내는 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일 것이다.  그들의 긇히고, 금이 가고, 구멍이 난 마음을 알아주는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일게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며 있는 그대로의 하루 하루를 별 생각없이 살다보면, 내 시야는 더 좁아질터이고,  내 마음의 거울은 더 공고해질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내 마음에 갖혀 나만의 진실에 반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성장이 아니라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면,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러니, 성장할 수 있도록 늘 깨어서 마음의 거울을 알아채야 한다.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하지 않겠냐는 때늦은 자각을 하게 된 요즘 나자신을 들여다보다, 문득, 경주마처럼 달려온 내 젊은 시절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철이 이렇게 늦게 들다니, 아직 어른이 되려면 갈 길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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