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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성 장관 임명이 불편한 까닭은

- 성평등사회를 향한 인사정책의 허와 실 -

by 나무Y

신문 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여성 장관 지명자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명을 받았다. 비교적 여성이 많지 않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이라는 동종 업계에 있고, 딸을 키우며, 같은 여성이기도 한 입장이나, 이 사태를 지켜 보는 동안 마음이 많이 불편하였다.


나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남성, 여성, 제3의 성 등의 구분을 떠나, 성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은 여성에게 아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기왕이면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특별히 여성몫을 목표로 상정하면서까지 고위직 여성 리더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가진 조직이나 커뮤니티에, 비록 소수이더라도, 여성이 힘을 갖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조직의 문화를 성평등으로 균형을 잡아 가게 하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편 중의 하나 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실 그 선발된 여성 리더가 그가 맡은 조직이나 커뮤니티 안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기회를 받은 여성들이, 사실은 누구못지 않게 일을 잘하고, 조직을 잘 이끈다는 경험치를 사회에 축적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고위직 사회 진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사실, 지금 정부는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기 위해 여성 장관 몫 몇 퍼센트 라는 목표을 갖고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다.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고, 우리 여성들에게는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선발된 여성 리더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거나, 조직에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한 개인의 실패를 넘어, 고위 여성직 진출에 대해 우리 사회에 부정적 경험치를 쌓아,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큰 문제가 있다. 그러니, 정책적 배려를 통한 여성 리더 선발 시에는 몇 퍼센트라는 수치에 집착하기 보다, 제대로 된 역량과 전문성,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쉽 발휘가 가능한 참 인재를 발굴하는 것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초기에 설정했던 몇 퍼센트 라는 수치적 목표는 그 시작점일 뿐이며, 이 비중은 정책적 배려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계속 증가하는 쪽으로 사회가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위직 여성인재 발굴을 위한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 더하여, 당사자인 우리 여성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것일 것이다. 이 지점에 나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고위직 여성 인재의 발굴 못지 않게, 여성 인재의 양성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 및 민간 부분의 현장에서 더 많은 여성인력들이 실무 능력을 키우고, 중견관리자로 발탁되어 조직 경영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전문성과 역량을 단계별로 키워 나가고, 그들이 검증받은 고위직 리더로 커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아는 한, 내 주변에서는 이미 그런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몇일동안 나는 왜 불편했을까? 물론, 내 주변의 몇몇 분들의, 여성이면 다 되는거야라는 시기어린 뒷말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핵심은 어쩌면 우리가 최근 수년 동안의 고위직 여성 리더 발굴에 실패의 경험을 더 많이 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기회를 받았으나,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여성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해 부정적 경험을 쌓게 한 것 같다는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고위직 여성 장관으로 용기있게 나가 싸우고, 결국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 개인의 문제인지, 혹은 참인재 발굴에 실패한 인사권자의 문제인지를 우리는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 개인의 실패로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 고위직 몇 퍼센트에 집착하지 말고, 적임자를 찾되, 기왕이면 여성을 구하는 노력이 성평등의 장기적 확산에는 더 바람직해 보인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사실 신임 장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학회활동을 같이 한 사람들로 부터 전해 들은 소소한 이야기, 연구회 이사장이 된 후, 몇몇 공식 회의 석상에서의 모습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 언론에서 다루어진 모습들로 미루어 볼 따름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맡은 이상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리더쉽을 발휘하여 그 역할에 성공하기를, 그래서 성평등 사회를 위한 긍정적 디딤돌을 놓아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만 자의든 타의든, 연구회 이사장 자리를 맡은지 3개월 만에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났으며, 그래서 맡게 된 자리가 길면 1년여의 기간인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그리고, 본인 스스로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저 위 세상의 속 사정을 알지 못하기에, "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막 이 자리를 맡아서, 여기서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소신과 철학을 가질 수는 없었을까? 묻고 싶어진다. 여러가지 부족하고 문제가 많지만, 여성이기에 어떤 자리를 맡긴 것 처럼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이 여성인 나는 자존심상하고 자꾸 불편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다. 뭐.. 남자들도 별 수 없지 않으냐고.... 맞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성을 떠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적임자들 중에 여성이 있다면, 기왕이면,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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