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이에 그런 프로그래밍 실무 교육은 왜 받는데... -
5월 마지막 주였던 지난주, ‘AI를 위한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느라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에, 파이썬 언어 과정과 머신러닝 프로그래밍 툴인 텐서플로우/케라스 과정을 들었었다. 이번에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과정까지 수료를 했으니, 얼추 AI 기초과정은 한 바퀴 돌아 본 셈이다.
그러니, 이제 머신러닝 문제가 주어지면 전반적으로 어떻게 판이 돌아가는지는 감을 잡은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웹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공개 데이터나 이미지 데이터를 긁어 모은 후, 동물 사진들을 종류대로 분류한다든가, 와인 정보를 가져와서 사람들이 맛을 어떻게 평가 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문제들을 실제로 다루어 보았다. 사람들의 기본적 의료 정보를 기반으로 당뇨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간단한 문제를 풀어 보기도 했고, 야후에서 주식 데이터를 가져와서 분석해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C 언어를 이용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에 참여한 이후, 거의 20여 년 만에 프로그래머로서의 재교육을 받은 셈이다. 그동안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환경들이 정말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간만에 수업에 몰입하며, 재미있게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직업인으로서 나는 어떻게(‘How’) 보다는 왜 무엇을 해야 하는지(‘Why & What’)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는 삶을 살아온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직장에서의 내 역할이 그렇기도 했지만, 사실은 개인적인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누가 무슨 일을 시키면 그 일을 왜 하는지가 납득이 되어야 진도가 나가는 편이었다. 왜 무엇을 하자고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하자고 방법론에 집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합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Why & What’ 이 목적과 방향을 탐색하며 과제를 만들어 내는 전략적 관점이라면, ‘How’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각각의 문제를 풀 것이냐의 측면으로서 과제를 수행하는 전술적 관점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일의 시작과 마무리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관점이 더 중요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고, 단순하게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듯 하다.
다만, 어떤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사실 ‘Know-How’를 잘 안다는 것 아니던가! 그러니, 공학자라면, 실무적 경험과 숙련됨을 기본으로 갖춘, 즉, 전문 분야에 대해 ‘How’를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How’에서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으로 왜 무엇을 해야 하는지(’Why & What’)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탐색하는 관점 확장을 통해, 한 차원 높이 발전해 나가는 것이 꼭 필요할 터이다.
사실, 일상에서든 일에 있어서든 ‘Why & What’은 관념의 세계, 논리와 말의 세상에 가깝고, ‘How’는 현실 세계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러니, 살면서,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Why & What’을 통해 목적과 방향을 정하고, ‘How’를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관념 속에서 구름처럼 흩어져 버리거나, 아니면 의미없는 일에 매몰되어 열심히 삽질만 하며 시간을 낭비해 버릴 수 있다. 아니면, 본인의 ‘Know-How’에 스스로 매몰되어 갇혀 버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How’를 익히고 숙련하여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해지는 경계를 넘어, 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기만의 ‘Why & What’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조직은 어떠한가 ? 열명이 있다면 그 중 두셋 정도는 ‘Why & What’에 천착하고, 일곱 여덟은 ‘How’에 깊이 빠져들어야 뭐라도 해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우리쪽 업계에, AI 기술이 어떻게 접목되고 활용되어야 하는지 기술전략(‘Why & What’)을 고심하던 와중에, 머신러닝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론(‘How’)은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초과정 교육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나저나, 내 마음속 냉철한 질문자 Y는 다시 ‘Why & What’으로 돌아가 있다.
‘그 나이에...
그런 프로그래밍 실무 교육은 왜 받는데?
뭐에 쓸건데?'
어려운 질문이다.
해서, Y의 질문은 잠시 제껴 두기로 한다.
일단은 동문서답을 해 본다.
‘이 나이에...
젊은이들과 함께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았는데 말이지...
그게 재미있더라고!
할만하더라고!
아니, 제법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