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을 대하는 h군의 자세 -
여차저차 우리 집에 잠시 몸을 의탁 중인 h군이 설사와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단다. (피부염 발병 부위를 밝히기는 좀 그렇다. h군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나와 h군과의 의리도 있고 ^*). 심하지는 않은 듯했지만, 수의사의 권고에 따라 h군은 하루를 꼬박 굶었고, 넥 카라를 뒤집어쓴 채 며칠을 지내고 있다. 좋아라 하는 생선 통조림과 냥이 간식도 못 얻어먹고, 아침저녁으로 건조한 사료만 조금씩 먹고 있는 중이다.
평소, 대체로 에너지가 넘쳐 활발하던 h군은 그 불편한 넥 카라를 써야 하니, 의자나 소파 위에 가만히 앉아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새벽에 거실에 나가보면, h군은 소파 위에 놓아준 쿠션 위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낮 시간에도 그렇게 견디고 있다고 한다. 말이 쉽지,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 넥 카라를 쓰고, 가만히 앉아 밤 낮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그래도, 울거나 힘든 내색 크게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견딘다. 오고 가며, 가만히 h군의 황갈색 눈을 들여다보면, 그저 맑고 순하기만 하여 내 마음이 더 짠하다. 바쁜 일상이 끝나는 늦은 저녁 시간에, 잠시 h군의 넥 카라를 풀어주고 가만가만 머리도 쓰다듬고 등도 쓰다듬어 준다. 더위에 대비해주느라 털깎기를 해 버려 더 작아진 듯한 몸으로, 내 곁에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비로소 편안해하는 듯하다.
집에 꽁이를 들이고 난 후, 거의 고양이 박사가 된 딸에 의하면, 냥이들은 어디가 아파도 별 내색을 하지 않고 혼자 참고 견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울 h군도 힘든 시간을 혼자서 가만히 견디는 중인데, 그런 h군의 태도가 내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준다. 인간인 내가 만약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떠했을까? 어디 깁스라도 해서 몸이 부자유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면? 볼 것도 없이 오만상 인상을 쓰며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주위 사람들을 부려대었을 것이다. 나 좀 보라고, 나 아프다고, 같이 고통을 나누자고 강요를 해 대었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웬만한 평범한 인간은 다 그러지 않을까 싶다.
h군이 이렇게 병환의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우리 꽁이는 여전히 쫄랑쫄랑 온 집안을 명랑하게 누비고 다니고 있다. h군이 먹고 싶을까 봐 멀리 서재방에 몰래 차려 준 생선통조림으로 맛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h군이 먹다 남긴 사료도 양껏 훔쳐 먹고는 한다. 그래도 오고 가는 와중에, 가끔씩 h군 앞에 다가가 코를 살짝 맞대어 주거나, 은근슬쩍 h군을 건드려 보기도 한다. 병 중인 h는 그런 꽁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아주 가끔씩은 기운을 차려, 예전처럼 톰과 제리가 되어 쫓고 쫓아보지만 금방 포기하고 만다.
요 며칠, 조용히 고통을 겪어내고 있는 h군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마구마구 일어나서, 앞으로 무조건 h군을 사랑하기로, h군의 편이 되어 주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이런 내 마을을 알라나?
‘h군! 힘들지?
그래도 이제 거의 나았네!
한 이틀 정도만 더 참아보자꾸나~
근데, 너 정말 괜찮은 냥이 구나!’
오늘 낮에 일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둘이 캣타워에 나란히 앉아 창 밖을 한참 내다보았다고 한다. 힘들어하는 h군을 서재방 큰 쿠션에 눕혀 재우자니, 꽁이도 어느새 그 곁에 와서 같이 자더란다. 잠을 잘 못 자던 h군이 꽁이 옆에 누워서 한참을 깊게 잤다고, 참 다행이라 했다. 인간인 나는 그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다. 측은한 마음 한 보따리, 가여운 사랑 두 보따리… 문득 눈물이 핑 도는 것이다.
h군과 꽁이가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나, h군은 훌륭하다. 꽁이도 훌륭하다. 태생이 인간이라 생각이 겁나 많은 나는, 나 또한 살아있는 존재로서, 불운 앞에서의 삶의 자세를 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