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군, 제 집으로 돌아간 후
지난 7월 말, h군이 서울 집으로 돌아갔다. 조만간 돌려보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서울행이 결정되어 데려다주고 왔다.
폭폭 찌는 한더위에 h군의 설사끼가 두어 주일을 넘기고 있어서 걱정을 하던 중에, h군과 꽁이는 한바탕 레슬링을 하며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모호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낮 시간에 h군과 꽁이를 주로 돌보던 딸아이가 이런저런 일로 안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하더니 드디어 폭발을 하고 만 것이다.
“저봐, 저봐... h가 또 꽁이 괴롭히잖아!
이제 h 데려다줘...
h 설사도 그렇고,
꽁이도 얼른 중성화 수술도 해줘야 되는데...
저렇게 둘이 아옹다옹하는데
어떻게 해?
한참 지났고만.. 왜 안 데려간대 ...”
성질을 부리는 딸아이를 붙잡고 맥 빠진 목소리로
“얘, 꽁이가 먼저 h군을 슬슬 건드렸잖아.
저봐, 저봐.
h군은 저렇게 방어만 하고 있지...“
하고 있는 와중에.....
꽁이의 도발을 슬슬 피하고 있던 h군이
‘에라이, 못 참겠다 싶었는지’ 갑자기 꽁이 목 근처를 잽싸게 누르며 꽁이를 압박한다.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던 꽁이가 안 되겠다 싶은지 애달픈 비명을 지르고, 화들짝 놀란 내가 달려가 h군에게 뭐라 하며 꽁이를 구출했다. h군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동그란 호박색 눈이 내 말을 다 알아듣는 것만 같다.
천성이 개냥이인 h군은 낯선 집에 와서도 금방 적응했다. 에너지가 넘쳐 이른 새벽부터 무어라 수다를 떨며 돌아다니고, 우리 식구들에게 서슴없이 다가와 축축한 코를 훅 들이밀며 사랑을 아낌없이 전했다. 좁은 집에서 지내다 비교적 넓은 우리 집에서 맘껏 우다닷도 하고, 꽁이를 토끼몰이하듯 몰고 다녀서 한 번씩 혼나기도 했지만, 착하고, 순한 녀석이었다. 크림색 털에 짙은 호박색 보석 같은 눈망울, 어쩐지 내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는 것 같은. 게다가 h군은 꽁이가 지 밥을 탐하면, 늘 한 걸음 물러나, 꽁이가 먼저 먹도록 배려를 해 주어서 나를 감탄케 했다.
h군을 캐리어에 넣어 뒷 좌석에 태우고 서울로 가는 동안, 옆자리에 앉아 조곤 조곤 사정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이 살고 싶지만.... 이제 아빠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나중에 다시 꽁이 보러 놀러 오라고.. ’
h군은 캐리어에 얌전히 앉아 나와 눈을 맞추기도 하고, 졸다 깨다 하며 순하게 견디어 주었다.
별일 없이 서울 집에 도착하여 내려놓았더니, 제 집이었건만 낯설어하며 커튼 뒤로 숨어들어 마음이 짠했다. 감격에 찬 상봉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반가와라 다가가서 친한 척이라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아들과 h군의 재회는 그저 무덤덤. 역시 고양이라는 존재의 쿨함이라니! h군이 아들 주위를 빙빙 돌며 무심하니, 아들이 조금은 서운했던 듯.... h군 이름을 자꾸만 불러대었다.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니 아들 무릎 위에 올라앉아 제 주인의 손길에 가만히 몸을 맡기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집 여기저기를 좀 치워주고는 아들이랑 저녁을 먹으며 조만간 있을 아들 이사 계획을 논의하다가 내려왔다. 아들이랑 털북숭이 손자(^*)를 그 좁은 집에 두고 나오자니 나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지길래.. 웬 주책일까 하며 얼른 현관문을 닫았다.
그렇게 h군을 제 집으로 돌려보내고 돌아온 늦은 밤, h군이 잘 지낼지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 아들이 출근한 후, 좁은 집에 남아 낮 시간에 무얼 하는지, 밥은 제 때 먹는지... 아들 퇴근이 늦어지면 어두운 방에서 적막 속에 아들을 기다릴 h군이 자꾸 눈에 밟힌다. 식구들은 걱정도 팔자라며 구박을 하는데, 나는 눈앞의 꽁이를 보며, 자꾸 h군 안부를 궁금해한다. 와중에 아들은 h군이 울고 보채며 뗑강을 놓는다는 소식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다행히 며칠 후 잘 지낸다며 애교가 많아졌다는 소식을 사진 몇 장과 남겼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더니, 또 느닷없이 사라져 버린 h군을 꽁이는 궁금해 하기는 하는 것일까? 한 이틀 귀를 쫑긋거리며, 이방 저 방 찾아다니는 것도 같다. 새벽에 일어나 닫힌 방문 앞에서 왱꽁왱꽁 울고는 하던 꽁이는 며칠 만에 다시 편안해졌다. 한동안 소파 밑이나 식탁 의자 같은 곳에 숨어서 꼬박꼬박 졸더니 어느새, 온 집안을 제 집처럼 헤매고 다닌다. 여기저기 발라당 뒤집어져 뒹굴 뒹굴 하다가 아무데서나 쭉 늘어져 잔다. 밤에도 엄마나 언니 침대 위에 올라와 마음껏 꾹꾹이를 하다가 골골거리며 잠이 든다.
”꽁아...
너는 h군 보고 싶지 않아?
h군이 서울에서 혼자 외롭지 않을까?
좁은 집에서 마음껏 우다닷도 못하고....
h군... 답답하지 않을까? “
”엄마...
꽁이가요.
철들고 고양이를 처음 만났잖아요.
어찌나 무섭고, 놀랐던지... 히유~~~
그런데, 내방도 뺏어가고,
내 밥그릇, 물그릇도 뺏어 가고
내 화장실에 쉬야도 끙아도 지 맘대로 하고요.
아주 열 받아서 정말....
진짜 목숨 걸고 싸우기도 했고요.
그래도 나중에는 친해져서
재미있게 잘 놀았어요.
그런데요. 엄마..
엄마는 h 있을 때는
귀찮다 어저꼬 저쩌고 했짆아요.
끙아 많이도 싼다고 뭐라 뭐라...
내가 다 들었는걸요.
그런데, 다행히 자기 집에 갔는데...
왜케 나만 보면 h가 어저꼬 저쩌고...
보고 싶다고… 어저꼬 저쩌고 ...
드라마를 찍어요?
삼촌집....
이사도 간다면서요?
거기서 잘 살 거예요.
엄마... 지금은 밤이에요.
낮은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안 왔고....
h는 왔다가 갔고....
잠이나 자는게 어때요?
잠 잘 자고 내일이 오면
엄마는 꽁이랑 재미있게 놀아요.
h는 삼촌이랑 잘 놀거예요.
뭐 혼자서 심심해해도
꽁이도 엄마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걸요...“
그래, h군은 왔다가 갔다. h군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여기서 잘 지냈으니, 제 집에서 나름 잘 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