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홍천 화주당에서 만난 야옹이군과 그의 여친
지난 주말, 강원도 홍천 내린천가 동생네 주말주택에 놀러 갔다가 ‘야옹이’군을 만났다.
길냥이인 ‘야옹이’ 군은 얼굴과 귀, 앞발 등 여기 저기 상처가 많아 보기에 참으로 딱했다. 특히 눈가 상처는 아직 채 아물지 않은데다가, 한쪽 눈은 아예 잘 안보이는 것 아닌가 싶었다.
동생 부부는 2주에 한번 정도 홍천에 내려가 주말 3-4일 동안 머물렀다 온다. 야옹이군은 동생네가 홍천 집으로 내려 온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찾아온다는데, 이렇게 동생네에 들러 밥을 얻어 먹게 된지 1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화주당 처마 끝에는 야옹이군을 위한 임시 박스집도 놓여 있었다.
토요일 새벽, 일찍 잠이 깨어 밖을 내다 보니 산 안개가 잔뜩 내려 앉아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야옹이군이 입구에 웅크리고 있어 놀랐다. 야옹이군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야옹 야옹” 애처롭게 울면서 내 다리에 앵겨 붙었다.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 “안돼, 저리가!” 야옹이군의 사랑을 야멸차게 물리쳤다. 집에 두고 온 꽁이의 안위가 걱정되어 길냥이를 물리쳤던 것일까? 미안하고 머슥해져서 사료를 듬뿍 챙겨 주었다.
야옹이군이 밥을 먹고 있는데, 어디서인가 멋진 그레이 무늬 옷을 입은 예쁜 아이가 나타났다. 낯선 내가 창 앞에 앉아 있어서일까, 잔뜩 경계를 하며 왔다 갔다 하더니 마침내 야옹이군 곁으로 왔다. 그러나, 야옹이군은 그레이에게 별 신경을 안 쓰는 듯, 한참을 더 사료를 먹고서야 자리를 비킨다. 그제서야 그레이가 조심스럽게 밥을 먹었다.
양껏 사료를 먹은 야옹이군은 다시 현관 앞으로 돌아가 편히 드러 누웠다. 어느새 산안개는 걷히고, 가을 아침 맑은 햇살이 환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제부가 밖으로 나오니, 야옹이군이 제부 다리에 제 몸을 비비며 가르렁거린다. 개냥이인 야옹이군과 달리 그레이는 곁을 잘 안주고, 주변을 빙빙 돌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야 임마, 야옹아.
너 여친에게 잘 해야지.
어째, 여친이 네 주위를 빙빙 돌게 만드냐.
웃기는 녀석일세.”
정 넘치는 제부는 개냥이 야옹이군의 사랑 포현을 느긋하게 받아 주며, 아침 햇살 속에 따뜻한 풍경을 만들었다.
듣자하니, 동생 부부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슬슬 주말주택 집 단속을 하고 현관문을 잠그면, 야옹이군은 현관 앞에 오도카니 앉아 말없이 배웅을 한단다. 화주당이 비는 2-3 주 동안 야옹이군과 그의 여친이 어디서 무얼 챙겨 먹고 잠을 자는지 동생 부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마도 야옹이군도 주말주택 삼아 이곳을 드나드는구나 그럴게 생각한단다.
제부와 놀고 있는 야옹이군을 가만히 살펴보니, 입 주위가 꼭 짜장면 먹은 아이 마냥 거뭇한 얼룩이 있어 좀 웃겼다. 동생 부부에게 “짜장군”으로 개명하는게 어떠냐 했더니만, “아니야. 얘는 그냥 야옹이야! 야옹이가 어울려.” 단칼에 잘라 버렸다.
일요일 오전, 집으로 돌아 오려고 화주당을 나서는데, 야옹이군은 어디 출타를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아! 청량한 가을이다. 야옹이군과 그의 여친의 가을이 빛나기를.
“ 짜장군! 잘 지내시게~~”
눈오는 겨울 쯤, 화주당에 한번 들를 예정이니, 그 때 또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