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의 꽁이, 어쩌다 헐벗고 외로운

by 나무Y

삼월이다.


코로나로 뉴욕의 일자리 기회를 놓친 딸은 지난 1년여를 집안에 갇혀 꽁꽁거리다가, 올해부터 대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기숙사에서 자고 오는 날도 꽤 있을 것 같다기에, 몇일 전 꽁이 잠자리도 언니 방을 벗어나 안방으로 옮겨졌다.


그 와중에 지난 주말에 서울 아들 집에 하루 다녀 왔더니, 세상에나, 꽁이 등판의 털이 말갛게 밀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안그래도 쪼꼬맹이가 반쪽이가 되어 있으니 어찌나 짠하고 속이 상한지! 뭐라 했더만, 봄맞이 털깍기를 해 줬다다나, 등 쪽만 밀고 배쪽은 그대로 뒀다나...

아이구 딸아, 봄은 저 아래 남녘땅 해안 근처 쯤이나 지나고 있지 않겠음동?


잠자리가 바뀌어서 일까? 꽁이는 신 새벽에 일어나 헐벗은 몸으로 이방 저방 헤매며 메옹거린다.

새벽잠이 없는 나도 꽁이 뒤를 쫓아 다니다, 꽁이 자리 옆에 가만히 누워보니, 어째 코 끝이 선득 선득하다.

봄은 무슨! 가여운 녀석이 추워 보여 패딩 조끼로 감싸주며, 꽁이 달래기를 며칠째다.

”꽁아, 엄마가... 언니 잠 잘 때, 언니 머리 기냥 확 밀어 버릴께! 긍께로 삐지지 마~”


오늘 아침에는 기숙사로 옮길 이불 보따리를 챙겨서 딸아이가 아빠랑 학교로 먼저 출발하고, 나는 꽁이와 노닥거리며, 느지막하게 출근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도 하루종일 혼자 집을 지켜야 한다는 걸 눈치 챈 것일까? 꽁이는 그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계속 내 곁을 맴돈다.

마침내, 겉옷 다 챙겨 입고, 꽁이 머리 쓰담 쓰담하며,

”엄마.. 어~ 가서 돈 많이 벌어서 꽁이 맛난 거 사줄께... 어짜고 저짜고..” 하노라니,

꽁이 녀석 지 꼬랑지로 내 바지 가랭이를 통통 치며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게다.


불현듯, 저 먼 옛날, 딸아이 너댓살 무렵이었을 적 기억이 불쑥 떠올라 마음이 말랑해진다. 그 시절, 내가 출근을 할라치면, 딸아이는 한번씩 내 바지 가랭이를 붙잡고, “엄마~ 가지마~~ 가지마~~” 눈물 콧물을 뿌렸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 어~ 가서 돈 많이 벌어올게. 그래야 우리 쫑쫑이 과자도 이만큼 사주고, 어짜고 저짜고…” 했더만, 눈물 콧물 달아맨 우리 딸 하는 말, “엄마, 저~어기 가면, 돈 나눠주는 거 있어. 엄마, 나랑 거기 가자!”고 내 손잡고 야무지게 나서더라는. 알고 보니, 울 쫑쫑이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쫑쫑이 손 잡고 동네 ATM 머신에서 간혹 돈을 뽑아 왔는 듯. 또 어떤 날은 돈 한 개 주면, 돈 여러개 준다며, 아파트 상가 오뎅집에 돈 받으러 가자고도 하고. 그렇게 출근길 내 바지 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던 딸, 쫑쫑이는 어느새 야무진 아가씨로 자랐고, 이제 내 출근길 바지 가랭이를 꽁이가 차지했다.


옛 상념에 잠기다 보니 내 출근길은 게을러지는데, 환한 아침 햇살은 거실 창으로 부지런히 출근 중이다. 춘삼월 꽁이 춥지 말라고, 창밖에 봄이 LTE급으로 달려 오고 있나 보다.


“꽁아, 저봐~ 햇빛이 반짝 반짝하네!

울 꽁이 안 춥지?

어쨌든 옴마는 어~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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