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역, 공학도가 이해한 (1)

-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이상수 저)를 읽고

by 나무Y

나의 책읽기는, 짜투리 시간이 나면 전자도서관에 들러 이런 저런 책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책을 집어 읽는 식이다. 별 생각없이 마트에 들렀다가 눈에 띄는 물건을 충동적으로 업어 오듯이.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독서 체계나 깊이가 부족하여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한달에 두세권은 읽을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다.


3월 어느날, 전자도서관 산책길에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이상수저)' 라는 책이 우연히(운명처럼?) 눈에 띄었다. '주역'이라니... 좀 뜬금이 없긴 하다. 그런데, 내 주변에 종종 주역 이야기를 하는 선배가 한분 계셨으니, 내가 보기에 그분은 상당한 수준의 중용적 태도로 지혜로운 삶을 살고 계셨다. 그런 연고로, 나도 여유가 좀 생기면, 주역을 한번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품고 있었다.


그러나, 주역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동양철학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쥐뿔도 없기에, 반신반의하며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상당히 흥미로워서 메모까지 하며 끝까지 다 읽어 냈다. 저자가 초보자들이 쉽게 주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내용을 구성하고, 알아들기 쉬운 말로 주역의 핵심 메시지들을 발췌해서 전달해 준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주역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흔히 보이는 반응이 "주역? 점치는 책 아닌가요?" 하는 것이었다. 점치는 책이라...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반응이 꼭 틀린 것 만도 아니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역이라는 책이 상당히 오해를 많이 받는 책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주마간산으로 휘리릭 이해한 - 그야말로 '내가 이해한 주역'- 을 간단히 정리해 보기 위해 감히 이 글을 쓴다.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나는 주역을 잘 모른다. 그저 주역에 대한 대중도서를 한권 읽으면서 슬쩍 맛만 봤을 뿐이다. 얼핏보니 주역의 세상은 아마도 넓고 깊을 듯 한데, 나의 독서 후기는 그러니까 깊이랄 것도 없다. 그냥 공학도의 머리로 이해한 주역 원리 요약 정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던진 질문은 이러했다.

주역은 무엇이며, 주역은 세상이 어떤 이치로 돌아간다고 하는가?

주역은 세상을 어떻게 묘사(표현)하고, 세상사의 길흉화복이 어떻게 흘러 간다고 말하는가?

그래서, 주역은 인간사의 운명은 무엇이며, 기회와 위기 앞에선 사람들에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라고 일러 주고 있는가?


사실 오랫동안 공학자로 일해 온 나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주장들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를 아주 꼼꼼이 살펴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주역의 기본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고, 그 개념들이 논리정연하게 연결되어 작동되는지를 따져 보는 시각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논리를 넘어서는, 세상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흥미로운 철학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역周易』은 어떤 책인가? 혹은 『주역周易』은 무엇인가?


주역은 지금으로부터 약 3천여 년 전, 주(周)나라 초기에 출현한 역(易), 즉, 점치는 책('주나라의 점책')이 라는 제목의 책이다. (출처: https://www.krpia.co.kr)


화성까지 우주선이 날라가고, AI가 차를 운전하는 요즘 시대에 점책 이라니! 책 제목으로 봐서는 솔직히 주역 관련 책을 읽거나 주역 이야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무슨 무속신앙에 빠진 것 처럼 받아들여질 만도 하겠다.


그러나, 주역에 관한 저자의 책을 읽다보니, '점책'이라는 책 제목과 달리, 주역 속에는 세상과 인간사에 대한 통찰과 실용적 지혜가 가득하다. 주역은 세상이 어떤 이치로 움직이는지, 그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에 기대어 보건대, 인간사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인간이 그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면(행동하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혹은 은유를 통해 들려 주는 철학서, 실용적 자기개발서로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주역'에는 왜 하필 '점책'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아마도 3000여년 전에는 점(易)이 왕조와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내다보기 위한 유일한 방책이었을 것이며, 그만큼 세상에 영향력이 컸기에 책에 '역' 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즉, 점에 의지하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점책'이라고 마켓팅(?)하며, 사실은 삶의 철학과 지혜를 전해 준 것 아닐까 싶다.


『주역周易』은 세상이 어떤 이치로 운행된다고 하는가?


주역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서로가 반대의 성질을 갖는 것들로 구성되는 상대적인 세상이며, 모든 것은 변하며, 어떤 변화든 그 변화가 극한점에 이르면 전혀 반대 성질의 것으로 다시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세상은 음양으로 구성되어 돌고 돌며, 변한다는 것, 이것이 내가 이해한 주역의 세상이다.


그래서 이 우주를 운행하는 2개의 중요한 법칙으로 상반상성(相反相成)과 물극필반(物極必反)을 이야기한다. 상반상성은 서로가 반대의 성질을 가지나 그 반대가 있으므로서 서로가 완전해지는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음양, 강약, 고저 등이 이러한 상반상성의 예이다. 물극필반은 어떤 사물이 극한 지점에 이르면 반전하여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개념이다.


사실 이러한 두 개념은 자연에서는 당연한 것이나, 인간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주역이 전하는 중요한 통찰 아닐까 싶다. 어쩌면, 현대인에게는 대단한 통찰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3000여년 전에 이를 설파하였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주역周易』은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음양으로 구성되어 끊임없이 변하며, 돌고 돈다고 보는 세상을, 그러면, 주역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주역에서는 우주의 천지만물이 8개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상징)로 형성된다고 본다. 하늘(건, )과 땅(곤, ), 우레(진, 震)와 바람(손, 巽), 물(감, 坎)과 불(이, 離), 산(간, 艮)과 연못(태, 兌)의 서로 반대 성질을 갖는 8가지 각각에 대해 음과 양의 에너지로 표현되는 독특한 기호, 즉 팔괘를 맵핑했다. 이 기호 체계에서 긴 막대기는 '양'의 기운을 나타내며, 잘린 막대기는 '음'의 기운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하늘'에 해당하는 '건괘'는 세개의 긴 막대기로 표현되며, 그래서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 한편, '땅'에 해당하는 '곤괘'는 부러진 막대기 3개로 표현되며, 팔괘 중 '음'의 기운이 가장 센 것이다.


주역은 이 8개의 기본 상징 체계(팔괘)를 2개씩 조합하여 상하로 배치함으로써 64개의 괘를 구성해 낸다. 이 64개의 괘에는 각각의 명칭과 나름의 서사가 주어졌으며, 상하를 합쳐 6개의 작대기(효) 각각이 음양을 나타내며, 세부적인 서사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공학도가 이해한 주역의 개념



『주역周易』의 64괘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고 있는가?


주역의 64괘 그 각각에는 세상과 인간사의 흐름과 길흉화복에 대한 대표적 64가지 유형의 서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64가지 대표적 유형의 서사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3000여년전 주역을 지은 사람들은, 상나라와 주나라의 수많은 갑골점의 유산과 시행착오의 풍부한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세상과 인간사에 발생하는 온갖 길흉화복을 64가지 상황으로 정리하였고, 이를 64괘효사로 녹여냈다고 한다.


64괘 중의 한 예로, 저자가 들려주는 ‘건괘(乾卦)'의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자.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 三)' 이 2개가 겹친 이 괘는 양의 기운으로만 구성되는 괘이다. 물속에 잠겨 있던 용이 변신을 거듭해 하늘을 나는 용이 되기 까지의 영웅호걸의 서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강한 운명을 타고난 잠룡이 물 속에서 스스로의 담금질을 통해 현룡이 되고, 하루종일 고군분투하며 실력을 쌓아 연못을 휘젓는 용이 되고, 마침내 비룡이 되나, 너무 높이 올라가게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그 유명한 '항룡회포'의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세상과 운명을 보는 서사를 담고 있는 '관괘(觀卦)', 결단에 대한 '쾌괘(夬卦)', 변화와 혁신에 대한 '혁괘(革卦)', 인생에서 만나는 고난에 대한 '곤괘(困卦)'등을 예로 들어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지만, 그 세부적 내용은 수많은 은유를 담고 있으므로, 초심자들에게는 결코 쉽게 와닿지는 않는 내용이 많은 듯 하다.


주역의 저자들은 인간의 운명이 결코 정해지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는가에 따라 운명의 빛과 그늘은 끊임없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통찰하였으며, 이를 64괘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남아있는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