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이상수 저)를 읽고
(1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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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周易』의 64괘 이야기는 내 삶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운명의 순간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역에게 묻는다면 주역책은 무어라고 일러 줄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삶의 아주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주역에게 물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주역에 기대어 인생사의 길을 묻는 과정은, 이 질문에 대해 주역의 64괘 중의 하나를 골라내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질문에 대한 괘를 골라내기 위해, 저자는 산가지점을 치거나 동전점을 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일테면, 산가지 55개를 이렇게 저렇게 셈하기를 여섯 차례를 반복하여 6획의 괘를 얻는 산가지 주역점을 칠 수 있다고 한다.
엔지니어가 봤을 때 그렇게 얻어진 괘는 사실 무작위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운 좋게 직접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은유적인 표현, 어쩌면 묻고 있는 상황과는 맥락이 통하기 어려운 서사가 담긴 괘가 나올 수 있다.
이제 이렇게 무작위로 얻어진 괘를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리하는 것은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뛰어난 스토리 텔러이거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메신저라면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런데, 64괘의 서사의 기본에는, 미래는 상반상성과 물극필반의 돌고 도는 동그라미 운동을 하며,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 물극필반의 원 운동 안에 있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또한 어떤 운명적 순간 앞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묻지만, 주역괘가 이야기하는 것은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미래의 길흉화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주역은 아마도 너는 어떻게 살아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할 것인지를 되묻고, 그에 따라 미래는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은유와 다양한 가능성으로 전개해 줄 것이다. 즉, 주역에게 던진 질문은 다시 질문자에게로 되돌아 오게 되어 있는 듯 하다. 결국, 주역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 보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어떻게 살아 왔으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의 결과들은 어떠할지를 성찰하게 만들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주역이 결정된 절대적 미래를 알려주는 역서가 아니라 철학서로 분류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떤 질문에 던져주는 '괘'를 화두삼아 자신의 인생의 위기와 기회를 깊게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결국, 삶의 갈림길 앞에서 주역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덕을 돌아 보고, 상반상성과 물극필반의 관점에서 미래의 조짐을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쌓고, 자신의 운명을 꿋꿋이 받아 들이고 개척하는 용기와 역량을 키워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덕을 잘 갖추고, 변화의 조짐을 미리 읽어내는 지혜를 키우고, 때에 맞게 적절히 변화의 물결을 탈 수 있다면 굳이 운명을 알려고(점을 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주역周易』은...
대중도서 한권을 읽으면서 슬쩍 겉만 본 주역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실 가당치않다. 그런데, 수십년간 엔지니어로서 일해 온 나는 직업병이랄까, 낯선 새로운 개념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그 주장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 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주역의 기본 개념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그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해 보려는 마음으로, 저자의 책을 따져가며 읽어 보게 되었다.
책 한권을 읽긴 했지만, 깊고 넓은 주역의 세상을 헤아려 보건대 여전히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저자의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범위에서, 공학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주역에는 논리적 비약이 도처에 있는 듯 하다. 물론,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차용하는 8괘나 64괘와 같은 기호와 그 기호를 다루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고 창의적이고, 심오하기도 하다. 그러나, 공학적 논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떤 질문을 던졌을 떄, 그에 해당하는 괘를 짚어내고 해석하는 과정 역시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공학자의 시선으로 주역을 읽는다면, 갑론을박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다.
그런데, 저자의 책을 한장 한장 읽어 나가다보니, 공학자로서 묻고 따지는 개념과 논리는 조금씩 물러나 앉고, 철학서를 읽는 자세, 머언 고대로 부터 내려 온 인생사의 통찰이 가득 담긴 이야기책을 읽는 마음이 자라났다.
그리하여, 내가 이해한 『주역周易』은, 인간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경구,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용적 경구를 담고 있는 동양철학서로 보였다. 또한, 세상을 표현하는 흥미로운 기호와 은유로 가득한 이야기책이기도 한 듯 하다. 아마도 그 당시 주역을 쓴 사람들은, 요즘으로 치면 통찰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빅데이터 분석가, 기호학자, 시나리오 작가, 철학자 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좀 더 깊이있게 『주역周易』 공부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나, 주역을 깊이있게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 보다, 주역에서 전하는 삶의 통찰과 지혜를 내 삶에 적용하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는다는 것은 옛 현인이 건네주는 괘 라는 화두에 기대어 세상의 변화을 내다보고, 위기와 기회 앞에서의 우리의 삶의 자세를 성찰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