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언덕의 '하루'와 '내일'이, 어느 낯선 길로 봄여행을 떠났을까?
모처럼 햇볕이 따뜻했던 지난 겨울 끝자락의 어느 주말, 소나무 언덕길을 지나가노라니, 낯익은 줄무늬 아이들이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뎁히고 있었습니다. 훌쩍 자라 이제 누가 누군지는 구분이 안 되고, 그저 하나, 둘, 셋… 세어 보며, '너희들 겨울을 잘 살아냈구나' 하며 스쳐 갔었습니다. 그때가 아마 2월 말쯤 이었을 겁니다. 그리고는 한동안 언덕 아래 야채가게 갈 일이 없어 길냥이들을 못 만났습니다.
오늘, 햇살이 좋아 동네 앞산에라도 올라볼까 휘적 휘적 나갔다가 소나무 언덕의 길냥이 거처가 싹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휑한 풀밭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서늘해 집니다.
문득 며칠 전 아파트 건너 큰 길 가에서 만난 줄무늬 아이가 떠오르더군요. 사람들이 오고 가는 꽃집 가게 앞 인도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줄무늬는 햇빛을 쬐고 있었지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줄무늬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고 있었는데 줄무늬는 무심히 하품을 하더군요. 줄무늬 아이가 어떤지 낯이 익어 나도 멈추어 서서 한참을 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으로는 차들이 쉴새없이 오고 가는데, 줄무늬는 세상 편한 모습이어서, 보고 있던 제 마음이 자꾸 조바심이 나더군요.
4월, 소나무 언덕의 줄무늬 길냥이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그들이 놀던 자리에는 하얀 목련이 막 절정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소나무 언덕에서 어느 가을과 겨울, 또 한해의 사계를 한가로이 살아가던 길냥이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러 어느 낯선 길로 훌쩍 떠나간 것일까요? 한때는 ‘하루’와 ‘내일’이, ‘리틀 타이거’와 ‘크리스’ 라고 불리웠던 날들을 남겨두고.
도로가의 그 줄무늬가 혹 '내일'이 였을까요? 어두워지는 저녁 언덕길을 지나칠 때, 딸아이 뒤를 쫑쫑 쫓아오다 아파트 담장에 멈추어 서서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아 '내일 또 보자' 하다가 '내일'이가 된... 아니면, 언덕길 벤치에 곧잘 앉아 있어,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물어 보다 '하루'가 된 그 아이였을까요…
마음 한켠이 서늘해져 허둥 지둥 산에 올랐다 내려 오는 길, 봄은 여전히 무심히 빛나고 있습니다. 저 나무들 아래를 오고가던 '하루'와 '내일'이는 어느 낯선 길 위에서 이 봄을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