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거 아부지 뭐하시노?

- 901호 냥이들, 꼬랑지는 하루 하루 올라가는 중

by 나무Y

지난 여름 이후, 근 1년여 만에 다시 상봉한 h군과 꽁이양, 하악질을 할동 말동 하더니만 다행스럽게 서로를 기억해 낸 듯, 대면식이 싱겁게 지나갔다.


그런데, 지 아빠의 해외 출장과 여행으로 우리집에 잠시 몸을 의탁 중인 서울 냥이 h군, 이렇게나 속 편할 수가 있나! 천하태평이다. 주는 대로 잘 먹고(없어서 못 먹는다나... 틈만 나면 꽁이 밥 훔쳐 먹기까지), 아무데서나 벌렁, 머리를 쓰다 듬어주면 골골송이 장난 아니다. 그러나, 원치않는 게스트의 침입으로 불편해진 꽁이, 소심한 마음으로 이방 저방 구석탱이 찾아 헤매다가 어느 날, 분기탱천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라!

야.. 니 뭔데!!!! "


여기 어디? 나는 누구? 그런거 신경 안써!


야... 니 뭔데!!!


그래서, 하루에도 몇 차례 업치락 뒤치락 레슬링 판이 벌어진다. 덩치 작은 꽁이가 죽을 동 살동 h군 가슴팍을 파고 들면, 느긋한 h군, 슬쩍 슬쩍 피하다가 한번씩 앞발로 인파이터 꽁이를 밀어낸다. 우리가 보기에 택도 없지만, 꽁이는 진심이다.

“너거들 싸우나? 노나?"


그런데, 진짜 공연은 새벽 3시 50분쯤에 시작된다. 그 시각 쯤, 서울 냥이 h군 갑자기 깨어나 무어라 무어라 수다를 떨며 집안을 헤매고 다닌다. 우리 부부도 깨어나고, 꽁이도 깨어나나, 안타깝게도 서울 말을 못 알아듣는 우리덜, 자주 새벽 잠을 설친다. 대전 냥이도 덩달아 무어라 지껄이다가, 드디어 새벽 레이스가 시작된다. 우다닷 서로 쫓고 쫓기는. 층간 소음이 걱정되어, 거실에 집안 이불들이 난장판으로 깔리고, 여기 저기 의자와 쿠션으로 장애물 경기장을 만들어 두지만, 새벽 레이스는 에너제틱하다.


"아.. 잠 좀 자자고 !!!"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저녁반, 새벽반으로 잠반을 나누었다. 새벽반인 나는 10시부터 잠자리에 들어 새벽부터 일어나, 서울냥이 말을 공부 중이다. 나이탓인가? 서울 냥이 말 배우기가 만만찮다. 거실 소파에 누워, 어둠 속의 공연을 관람하다가 나도 한마디 한다.

"야! h야, 너거 아부지 뭐 하시노!!!"

어찌 저리 태평인지, 어찌 저리 힘이 넘치는지, 어찌 저리 밥도 잘 먹는지...

"h야, 니… 너거 아부지 닮았나?

세상사 낯설더라도 그저 느긋하고, 아무데서나 밥도 잘 먹고, 힘이 넘치는!"

흐흐... 뭐.. 내 맘이 그렇단 말이다. h군이나 저거 아부지나, 한번 사는 세상, 그저 속편하고 느긋하게 건너라는 내 맘이.


그러거나 말거나, 대전냥, 서울냥, 하루에도 몇 차례 레슬링을 하다가도 햇빛 따땃한 창가 자리에 다정히 머리 맞대고 평화로운 낮잠을 즐긴다. 오늘 아침에는 캣타워에 나란히 올라 앉아 함께 아침을 기다리더라. 901호 냥이들 꼬랑지가 하루 하루 명랑하게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우리 일단 한숨 자자!
조금만 기둘려, 아침밥 나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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