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줬다고요?

by 나무Y

"아빠, 뭐... 잊어 버린 거 없어요?"


꽁이, 냉장고 앞에서 눈빛을 쏘아댄다.

(빚 받으러 왔음동?)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던 아빠가 별 반응이 없자

모처럼 애교가 장난 아니다.

발라당 발라당...


"야아~ 꽁주야~

옴마가 좀전에 거시기 줬어? 안줬어?

고단새 까먹고 또 달라고?

야아... 양심이 있어야지!

그래? 안그래?"


우리 집 츄르 타임은...


아침 저녁으로

옴마 아빠가 밥을 다 먹고 나면

마침내 꽁이와 h군 차례다.

"츱츱 짭짭" 츄르를 얻어 먹는다.


h군, 주면 먹고 아니면 말고..구냥 시크하다.

그러나, 꽁이... 츄르에 진심이다.

우리가 한 손에 츄르를 쥐면,

"코" 하면 코를 대어주고,

"손" 하면 손을 내밀어 주고,

"하이 파이브" 하면 일어나 쪼끄만 두 손을 내밀어 준다.

츄르를 쥐지 않은 자... 거들떠 보지 않는다.


우리가 아침 저녁으로 밥을 다 먹고

식탁에서 딱 일어나면,

어딘가에서 꽁이가 나타난다.

기둘렸다는 듯이

쫑기 쫑기 냉장고 앞으로 쫓아가

아빠와 눈을 맞추기 시작한다.

"아빠, 아빠... 뭐... 잊어 버린 거 없어요?"


오늘 아침, 다들 늦잠을 잤다. 토요일이니까.

느지막이 일어난 아빠가 늦은 아침을 먹는 중에

꽁이는 엄마에게서 미리 모닝 츄르를 얻어 먹었다.

그런데, 아빠 아침 식사가 끝나자 다시 모닝 츄르 타령을 했다는...

발라당 발라당... 좀체 하지 않는 애교까지 부리며.

그래도 소득이 없자..

"에이... 더럽고 앵꼽아서..."

꽁이 시크하게 돌아서 가버리더라는.



나도 이제 시크해 지고 있다.


내 잔이 넘치고 있건만, 아직도 채워지지 않았다고

손을 내밀고 있던 시간들.

받았지만, 받은지도 몰랐던 시간도 있었다.


"꽁아,

옴마도.... 어짜고 저짜고....

양심이가... 어짜고 저짜고..."

그 시간들을 지나, 나도 이제 시크해 지고 있다.


"이보세요.

뭐 잊은 거 없어요? 나 여기 있는데...

뭐 좀 뭐 챙겨 주세요!

... 이미 다 줬다고요?

그래요오?

뭐 받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뭐 그럼 할 수없지... "

미련없이 돌아서는 경지까지는 아직 아니긴 하지만,

고지가 저어기 보인다.


#고양이 #츄르 #철학 #세상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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