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라고 하면, 퍼뜩 어린이날이 떠오른다.
조금 더 생각하면 고등학생이던 우리 딸아이가 좋아라 하던 5.5 닭갈비집도 생각난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번이나 맞딱드리게 되는 5.5는 사실 직장 화장실에서 이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치는데, 어쩌다 간혹 5.5가 내 시선을 훅 잡아끄는 날도 있다.
종이타올 물자절약
"아껴서 사용하세요"
(휴지 한 장에 5.5원입니다.)
내 직장 화장실의 종이타월 거치대에 붙어 있는 문구이다.
5.5원이라... 내 돈도 아닌 남의 돈 5.5원?
저 문구를 보고 '5.5원 이라고? 아껴 쓰야 겠네!" 하는 마음이, 솔직히 생기지는 않는다.
(잠깐 궁금해서 요즘 시세는 어떤가 찾아보니, 대략 7~8원 정도 하는 듯)
뭐, 한 장에 10원씩 이라 쳐도 그렇다.
길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 허리 굽히는 수고가 아까워서 줍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돈, 돈 하는 세상이긴 하다. 그래도 세상에는 돈 보다 훨씬 귀한 가치들이 있다.
아마도 우리로 하여금 공유 공간의 종이타올 한장을 아껴쓰는 마음을 내게 하기에는
돈, 그것도 남의 푼돈의 논리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귀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일테면,
하루 평균 축구장 3천 개 넓이의 삼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종이타올 10 장을 덜 쓰면 1년에 나무 ?? 그루를 살릴 수 있습니다.
또 혹은,
여러분이 1년간 쓰는 종이타올은 6Kg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냅니다.
종이타올 거치대에 무어라고 써있든, 나는 종이타올을 아껴 쓰려고 하는 편이다.
아마도 철이 들면서 자연에서 온 것들의 귀함을 자연스럽게 깨달아 가는 중이라 그럴 것이다.
한편으로, 돈, 돈하는 경제성장과 인간의 편함만을 쫓는 물질문명에
올인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환경 파괴나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갖는 부채감도 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저 문구를 보면, 그저 돈, 돈 하며
달려온 지난 이삼십여년의 우리가 추구했던 사회의 민낯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살짝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마음을 내어 본다. 조만간 종이타올 거치대의 문구를 직접 바꾸어 보기로!
참고자료: https://m.yonhapnewstv.co.kr/news/MYH2023012001170064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