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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an 17. 2022

엄마, 요즘 애들은 그렇게 안 키워

오늘도 포대기에서 자는 아기

아기를 키우면 육아를 도와주는 엄마와 자주 다투게 된다. 아기가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자는 것 등 모든 것에 사사건건 부딪히기 일쑤다.


나는 소아과 선생님의 조언, 육아서적과 유튜브에서 얻은 육아정보를 주장하는 반면 엄마는 '너 키울 때 다 이렇게 했어'라며 육아 노하우로 맞선다.



낮에는 긴팔, 밤에는 반팔


5월생인 쥬쥬는 신생아 시절 찌는 듯한 여름을 보냈다. 37도를 웃도는 더위에 우리 집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었다.


나는 아기에게 매쉬 소재의 나시를 입혔고 얼굴에 수딩젤을 발랐다. 그래도 빨간 열꽃이 얼굴과 몸에 퍼져 골칫거리였다.

쥬쥬 할머니(우리 엄마)는 늘 어디선가 긴팔을 꺼내왔다. 아기에게 긴팔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속싸개를 단단히 쌌다. 손싸개와 양말은 기본이다.


엄마, 아기가 더우면 안 돼. 열꽃 생긴단 말이야.

여자 아기는 차게 키우면 못써. 몸에 찬 바람 들어갈라.


아기를 둘러싼 온도 전쟁은 목욕시간에도 이어졌다.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에 적신 가재 수건으로 아기의 곳곳을 닦았다.


엄마가 현관문을 나서면 난 아기의 옷을 벗기기 바빴다. 회사에서 퇴근한 남편은 세탁기에 쌓인 아기 옷을 보고 물었다.


오늘은 쥬쥬가 옷을 몇 번이나 갈아 입었어?


초보 엄마는 아기를 바보로 키운다?


이유식을 먹이는 요즘 나와 엄마의 갈등은 아기의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쥬쥬 이유식 그릇

쌀가루에 소고기, 야채를 다진 후 끓여먹이는 나와 달리 엄마는 아기 입에 밥알을 쏙 넣어준다. 내가 일일이 수저로 물을 떠먹이면 아기 입에 그릇을 대고 마시는 연습을 시킨다.


엄마, 그러다가 사레들리면 어떡해

사레가 왜 들려.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면서 좋아하는데


아기의 발달 교육에도 엄마거침없다. 아기가 뒤집기를 한창 하던 당시 나는 아기가 코를 땅에 박을까 벌벌 떨었지만 엄마는 호떡 뒤집듯이 아기를 자유자재로 뒤집었다.


보행기 태우기, 포대기에 업어 재우기 등 요즘 엄마들이 하지 않는 육아에도 번번이 부딪힌다.


엄마, 요즘은 그거 안 해. 아기 다리가 벌어질 것 같아.

너랑 오빠, 동생 삼 남매 다 이렇게 키워도 다리 하나 안 벌어졌어. 걱정하지 마!




맘 카페에서 유명한 유아서적 <프랑스 아이처럼>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육아의 원칙은 아이가 엄마에게 덜 의존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의 적당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아기의 리듬에 맞게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 또 엄마는 아이의 모든 일에 강박을 갖지 않는다.


나름 육아 중수가 되어가는 나에게 엄마의 육아방법은 다소 일방적이고 때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엄마의 육아방법은 구식이야. 난 요즘 방법으로 키울 거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기를 재우는 오늘 밤 이앓이 하느라 징징거리는 쥬쥬를 안고 옷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한 손에 포대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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