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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예지 Oct 07.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다.

동북 4구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조례 제정 시민토론회에 다녀와서

 지난 2018년 8월 22일, 성북구에 있는 아리랑 시네센터에서 동북 4구(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본 토론회는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추진단에서 주최하였으며, 서울특별시와 성북구, 성북마을 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과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나종이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 운영위원과 장석현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의 사회로 이상호 마을 미디어 도봉N 기자와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이 발제를, 송덕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대표와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마을·공동체미디어지원실장, 허경 (사)전국미디어센터협회 이사, 그리고 김명희 강북구의회 행정보건위원회 소속 의원이 토론을 맡아 진행되었다.


 동북 4구 권역을 아우르는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55개 단체가 참여하는 모임으로 그동안 팟캐스트, 라디오, 영상, 활자형 매체에 이르기까지 제작된 콘텐츠만 해도 수천 건에 이른다. 이러한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일반 미디어와 비교하여 정보의 전달방식 자체가 다르다. 일반 미디어의 경우에는 생산자와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다. 콘텐츠 생산 기관에서 주제를 선정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마을공동체미디어에서는 생산자와 수용자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마을의 구성원이 직접 생산자가 되며, 마을의 여러 가지 논쟁거리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는 다시 마을 구성원들에게 전달된다. 이로써 일방적인 일반 미디어의 전달방식과 달리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양방향성을 띤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수용자는 누구나가 잠재적인 생산자가 되는 셈이다. 또한 마을의 주민 모두가 참여 가능한 미디어이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으며, 일반 미디어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능도 함께 함으로써 민주 시민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그 지역 주민들만이 공유하는 문화 속에서 소재를 발굴함으로써 우리 마을만의 특별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을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기회를 마련하고, 구성원들의 공동체 활동에 대한 참여율을 높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마을의 구성원들이 모여 소통할 수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과거 전통사회에서 마을의 사랑방이나 마을회관 등이 주민 소통의 장이 되었다면 이제는 미디어가 그러한 공간의 역할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및 각 자치구 어느 곳에서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디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동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제도화하고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로써 자치구별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조례’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함께하여,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 이날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첫 번째 발제자인 이상호 마을미디어 도봉N 기자는 ‘마을신문 도봉N’을 소개하며 마을미디어 조례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를 시작했다. ‘마을신문 도봉N’에서는 마을신문이란 말이 아직까지 흔히 쓰이지 않던 지난 2009년부터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이라는 기치를 갖고 마을신문을 만들면서 약 3년간 꾸준히 1만~1만 5천 부의 신문을 발행하였으며, 2012년에는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인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 사업에 참여하면서 신문을 넘어 팟캐스트나 라디오,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후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중 비교적 규모가 큰 ‘매체형’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하였으며, 이러한 마을미디어 도봉N의 급격한 성장은 ‘문어발식 종편 마을미디어’라는 별칭까지 만들어 내며 경향신문, KBS, 오마이뉴스 등 전국 주요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도봉N은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도봉N의 부진을 가져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이상호 기자는 핵심 활동가의 부재에서 찾는다. 도봉N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 속에서 구심적 역할을 해줄 활동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안정한 재정기반으로 인해 핵심 활동가들이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을 위해 참여하던 여러 공모사업도 인건비가 제외된, 사업비 중심의 지원이 대부분이라 핵심 활동가를 키워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모사업은 탈락의 위험성을 늘 안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지원처라고 볼 수는 없다. 이상호 기자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활동이 중단되면 마을의 역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콘텐츠들은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주민들 사이의 소통을 통해 소소한 변화들을 이루어내던 공론의 장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므로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위한 지원조례를 마련하여 지속 가능한 활동과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원조례를 통해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제도권에 편입되며 나타날 수 있는 콘텐츠 내용에 대한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은 전북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상황을 소개하며 조례의 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정 이후의 실효성임을 주장하였다. 조례가 마을공동체미디어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연대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이다. 조례제정 이후 전북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들 간의 간담회를 통해 마을미디어, 지원조직,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의 다양한 범위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다. 또한 조례의 제정은 마을미디어 활동에 대한 민관협력의 길을 마련해주었다. 네트워크 결성 이후로 담당 부서와의 간담회가 진행되었고, 마을공동체미디어 육성과 지원을 위한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마을미디어위원회가 구성되고, 민관협력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과 지원 계획 구성을 위한 협의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는 자치조례이다 보니 상위법이 없어 법률적 위임을 받을 수가 없다. 이에 행정에서의 관심과 지원의 의무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조례의 실행과 관련된 부서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전북의 경우 농어촌산업과에서 담당하다 보니 마을공동체미디어를 가장 필요로 하는 도시지역의 지원이 이루어지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전북의 선례를 들어 조례제정이 반드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이에 행정과 의회의 변화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지도록 조례제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토론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하였다. 앞서 발제한 이상호 기자가 언급한 콘텐츠 내용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전북의 조례에서는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넣었다가 자율성 보장을 위해 이후에 삭제한 사례가 있음을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송덕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대표가 성공적인 마을공동체미디어로 꼽히는 마포 FM의 사례를 들어 생활 속의 민주주의로써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역할과 함께 기존의 미디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마을 시민들의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발굴할 수 있는 대체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속적인 인적자원의 발굴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부분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적극적인 사회적 기업으로써의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도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방자치에 반영하는 공공적 성격을 분명하게 갖고 있음을 들어, 일정 부분 이상의 공공비용 지원이 적합한 것임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팔길이의 원칙’을 언급하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원자치단체의 정책 의지와 철학이 필요함을 강조함으로써 앞서 발제한 이상호 기자와 최성은 센터장의 콘텐츠 내용의 자율성에 대한 생각과 맥락을 같이하였다.


 정은경 서울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 마을·공동체미디어지원실장은 서울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중간지원조직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안정성과 지속성의 부재로 언제든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기가 힘든 상황을 꼽았다. 허경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조례만 마련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를 만들게 된다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활동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당 활동이 사회적인 가치가 있으므로 사회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례제정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 조례가 종합적인 부분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 예를 들면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라든지, 세대 간 공유 가치의 변화, 미디어라고 하는 기술 현실과 경향을 반영하여 어떤 식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요구됨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김명희 강북구의회 행정보건위원회 소속 의원은 마을공동체미디어와 관련된 조례를 만들어 제도적 지원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일이기 때문에 의원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주장하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자들 외에도 동북 4구의 의원과 주민들은 물론, 멀리 대전에서 온 마을신문 활동가까지 참여하여 두 시간 가량의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의 중점은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조례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조례제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민관의 소통을 통해 조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유명한 명제와 같이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으며,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존재이다. 더불어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은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과거에는 주로 면대 면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루어졌으나, 오늘날에는 다양한 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소통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가 간과할 수 있는 각 마을의 소소한 부분들까지도 놓치지 않고 공론화하며 기록할 수 있는 매체의 역할을 한다. 지방분권화를 향해 가고 있는 길목에서 이러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제구실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원조례의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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