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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예지 Nov 04. 2018

취미생활1. 영화감상

#1. 스티븐 스필버그 어린 시절의 난 스티븐 스필버그 광팬이었다. ‘죠스’부터 시작해서 ‘E.T.’, ‘인디애나 존스’, ‘후크’, ‘컬러퍼플’, ‘구니스’, ‘쥬라기 공원’, ‘어메이징 스토리’, ‘A.I.’, ‘캐치 미 이프 유 캔’ 그리고 제작을 맡았던 ‘맨 인 블랙’과 ‘백 투 더 퓨쳐’ 시리즈까지. 내 모든 상상력과 환상의 근원은 스필버그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에게 그의 이야기들은 일종의 신화였다. 어린 시절을 점령하고 있는 그 기억 덕분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의 음악만 들어도 그 시절의 기운 혹은 공기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스필버그는 주로 음악감독 존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죠스’에서 절정의 긴장감을 끌어내던 단 2도 반복의 주제음악을 만든 바로 그 사람이다! 존 윌리엄스의 아버지가 재즈 뮤지션이었고 본인도 젊은 시절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캣치미 이프 유 캔’같은 영화에서는 그 시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위기의 재즈곡들을 영화 전반에 오리지널 곡들과 함께 기가 막히게 배치해놓는다. #2. 팀 버튼 어린 시절보다 오히려 어른이 돼서 더 좋아진 영화가 있다면 팀 버튼의 작품들이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스위니 토드’, ‘빅 피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정말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팀 버튼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에는 어딘지 모르게 암울하고, 우중충하고, 습한 환상들이 가득하다. 스필버그의 상상력은 팀 버튼과 비교해볼 때는 굉장히 사실주의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필버그의 판타지가 이 세계 즉 현실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면 팀 버튼의 판타지는 이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팀 버튼의 세계에는 전복과 위반이 가득하다. ‘스위니 토드’에서 아내를 빼앗긴 이발사는 사람들을 죽이고, 파이가게 집 주인은 그 시체로 파이를 만든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는 할로윈 마을의 잭은 산타를 납치해 크리스마스의 주인이 되려하며, ‘가위손’에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오히려 가장 인간다움을 보여준다. 두 감독이 각각 동화를 재해석한 ‘후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스필버그는 ‘후크’에서 어른이 된 피터팬의 모습을 ‘네버랜드’는 잊어버린 채 현실에 완벽하게 적응한 사업가로 그려내고 있는데 반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어른이 된 앨리스의 모습은 현실에 적응할 수 없는, 오히려 ‘이상한 나라’를 그리워하는 존재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존 윌리엄스가 있었다면, 팀 버튼에게는 음악감독 대니 엘프만이 있었다. 이러한 팀 버튼의 우울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 바로 대니 앨프만이었다. 그는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그의 음악에서는 일반적인 음악적 틀을 깨는 시도가 자주 엿보인다. 그래서 팀 버튼의 영화적 세계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3. 크리스마스 영화 난 모든 기념일과 명절을 통틀어 크리스마스를 가장 사랑한다. 그래서 공기 중에 찬 기운이 느껴질 때 쯤이면 으레 크리스마스 영화 시즌을 개최(?)한다. 내가 아는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쭉 다시 보는 건데, 그래서 크리스마스 영화는 주로 달달 외우고 있다. 특히 ‘나홀로 집에’는 OST까지도 다 외운 것 같다. 아, ‘나홀로 집에’의 음악도 존 윌리엄스구나. 역시 그는 나와 영화 취향이 잘 맞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크게 가족 영화와 로맨틱 코미디물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은데, 가족 영화 중에서는 ‘나홀로 집에’를 비롯해 ‘패밀리 맨’, ‘스크루지’, ‘앨프’, ‘산타클로스’를, 로맨틱 코미디 물 중에서는 ‘사랑의 블랙홀’,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 홀리데이’ 등을 즐겨보고 있으며, 올해도 역시 크리스마스 영화 시즌을 슬슬 시작해볼 예정이다. 혹시 ‘사랑의 블랙홀’을 보셨는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를 대라고 누군가 나를 고문한다면 이를 악문 채 이 영화를 말하겠다. 당최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남자 주인공이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는 시간의 결계 속에 갇힌 채 살아가며 그 안에서 ‘괜찮은 인간’으로 거듭나는 내용인데, 정말, 정말, 정말 재밌다!    #4. 음악을 소재로, 혹은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음악을 하지만, 음악영화를 꼭 챙겨보게 되지는 않는다. 예전에 말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메리 포핀스’와 같은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좋아하긴 하나, 최근의 ‘라라랜드’나 ‘위플래쉬’, ‘비긴어게인’, ‘원스’ 같은 영화들에서는 별 매력을 못 느꼈다. 일단 음악 자체가 나에겐 기억에 남을 만큼이 좋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리고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는데, 우습게도 뮤지션의 삶이 얼마나 현실성있게 그려졌느냐에 대해 자꾸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게 되더란 말이지. 이건 그냥 영화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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