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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예지 Jan 25. 2019

스윙의 시간성 1

 스윙(swing)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본적 리듬 스타일로써의 스윙이고, 다른 하나는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에서 만들어져 청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그루브(groove)라고 하는 일종의 음악적 흐름(flow)으로써의 스윙이다.


 재즈의 정의가 모호하듯, 스윙 또한 학자마다 다양한 정의를 시도한다. 테드 지오이아는 리듬의 화합이 어떠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스윙이라고 말한다. 연주자들이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서로의 연주를 듣고 맞춤으로써 명확하지는 않으나 리드미컬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변주 속에서 발생하는 음악의 맥박이 스윙이라는 것이다. 존 스웨드는 재즈에서 스윙은 매우 은유적인 개념으로 리듬을 타는 방식의 하나이기도 하고, “당김음을 사용하는 리듬을 추구하는 태도”라고도 말한다. 마크 그리들리는 스윙에는 일반적 의미와 재즈적인 의미가 있는데, 재즈적 의미로써의 스윙은 일반적인 의미로써의 스윙이 포함하는 요소인 지속적인 박자, 응집력있는 연주, 리듬있는 곡조 등의 싱코페이션과 스윙 8분 음표의 패턴, 긴장과 이완의 지속적인 치환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요아힘 에른스트 베렌트는 스윙이란 악보로 기보될 수 없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상태의 호흡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긴장과 완화의 측면이며, “복층적 리듬과 그것들 사이의 텐션”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스위스의 음악학자 얀 슬라베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재즈 이론의 주개념은 ‘갈등의 형성’이다. 원래 이 갈등의 형성은 본질적으로 리듬적인 것이었고, 동시에 실행되는 음악이 연주되는 개별적인 시간 구획들 사이의 적대감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스윙의 특별한 성격은 기본 리듬과 멜로디의 리듬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스윙은 리듬을 타는 방식이며, 연주자 각자의 리듬이 공존하며 만들어지는 복층적 리듬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이완이고, 이러한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연주자들 간의 리듬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윙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연주자들의 자유로운 리듬 표현과 함께 비트(beat)라고 하는, 연주자들이 다 같이 공유하는 규칙적이고 바탕이 되는 리듬이 필요하다. 연주자들은 이 기본적인 비트를 다양하게 분할하고, 비트를 중심으로 박자를 밀거나 당기면서 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주자들의 박자는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는데,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연주자와 청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흐름’, 즉 스윙이 생기게 된다. 스윙하고 있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증거는 ‘몸짓’이다. 연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물론 여기에는 청자까지 포함된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두드리거나 고개를 끄덕여 박자를 따라간다든지, 몸을 좌우, 혹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베렌트는 이러한 스윙의 본질을 “두 가지 다른 시간개념의 중복”으로 본다. “심리학적 시간”과 “존재론적 시간”, 혹은 “살아있는 시간”과 “계량된 시간”이 변증법적으로 공존한다는 것이다. 베렌트는 후기 낭만주의의 음악이 살아있는, 심리학적 시간의 예술이라면, 바흐의 음악이 계량된 시간이며 존재론적 시간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존재론적 시간”과 “계량된 시간”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쉽게 말해서 수학적으로 셈할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이다. 시계의 눈금으로 명확히 나누어진, 과거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로 흘러가는 선형적 시간이다. “심리학적 시간”과 “존재론적 시간”은 상대적인 시간이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과목의 수업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흥미가 없는 과목의 수업시간은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과 사회의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시간의 개념을 베르그송은 ‘지속’을 통해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시간이란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으로 수적으로 측정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순수지속’은 의식이 ‘체험’하는 시간으로 연속적이고, 불가분적이며, 내재적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간’이라 부르는, 시계로 측정 가능한 수학적 시간의 개념은 ‘순수지속’의 개념이 아닌 공간개념이 포함된 ‘혼합된 지속’이다. 여기서 공간개념이란 시간을 순서대로 세워서 동시에 지각될 수 있는 것으로 병치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한 시를 두 시 이전의 시간으로 인지하며, 세 시를 두 시 이후의 시간으로 인지한다. 수직선 상에서 이를 표현하면 한 시는 두 시보다 왼쪽에 있으며, 세 시는 두 시보다 오른쪽에 있다. 이렇게 전후좌우로 병치될 수 있는 ‘시간’에는 ‘공간’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동질적으로 적용되어 삶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간”이다.  


 재즈에서의 스윙이란 개념의 시간성은 위의 두 가지 상이한 시간의 개념을 모두 포함한다.







참고서적

Ted Gioia, 『재즈를 읽다』, 임지연 역, 시그마북스, 2017

Mark C. Gridley, 『재즈총론』, 심상범 역, 삼호뮤직, 2000

Joachim Ernest Berendt, 『재즈북』, 한종현 역, 자음과 모음, 2012

소광희, 『시간의 철학적 성찰』, 문예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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