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면접은 총 세 군데에서 봤다.
그중 두 군데에서 합격 연락이 왔고,
조건이 비슷했기 때문에 집에서 더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회사는 스타트업 분위기의 어플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직원 대부분이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곳이었다.
그때의 나는 전공자가 아닌 내가 취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그저 행복했다.
“나도 이제 회사원이구나”라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런 마음으로 입사 전 2~3주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그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첫 출근 날이 왔다.
출근 시간은 9시였지만 나는 30분쯤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첫 회사, 첫 출근이라 단정하게 옷도 챙겨 입었다.
그런데 첫 출근을 한 나에게 자리만 알려주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직 다들 출근 전이이니 그럴 수 있지 하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9시가 거의 다 돼서야 추리닝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내가 괜히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직원들이 모두 출근을 하자
“월요일 오전에는 회의가 있어요”라는 말만 남긴 채 나를 두고 모두 회의실로 들어갔다.
나는 또 사무실에 혼자 앉아 11시쯤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 했다.
큰 친절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뭘 하면 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시간 넘게 앉아 있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역이었다.
11시가 넘어서야
“일할 때 필요한 메일이랑 사내 채팅부터 만들고, 피그마 공부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오전이 흘러가고, 팀장님과 점심을 먹었다.
출퇴근 시간, 전공, 학교 이야기 같은 뻔한 대화로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팀장님이 다짜고짜 업무를 건넸다.
“어플에 들어갈 아이콘 좀 만들어보세요. 자유롭게 해 보시면 돼요.”
설명도, 기준도 없이 그냥 만들어보라는 말.
거기에다 아이콘 하나당 시안도 3~4개씩 만들어보라고 했다.
막막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 개발 중인 어플을 열어 분위기를 살펴보고, 레퍼런스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아이콘은 다섯 개. 퇴근 전까지 최소 열다섯 개는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종이에 가디자인을 하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왔다.
대표님이었다.
첫 출근한 나에게 아무런 인사 한마디 없이 이렇게 말했다.
“언제 그렇게 다 디자인하고 있어요. 인터넷 들어가서 레퍼런스 보고 적당히 비슷하게 만들어요.”
순간, 조금 충격적이었다.
남의 작품을 ‘비슷하게’ 따라 만들라니.
학원에서는 항상 저작권이 가장 중요하고, 남의 작업물은 참고만 하는 거지 절대 따라 만들면 안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는데,
첫 회사, 첫 업무, 처음 보는 대표님의 첫마디가 남의 작업물을 적당히 따라 하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라도, 이 회사를 도망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