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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지아 Feb 12. 2018

[인터뷰] 자꾸만 보고 싶은 미싱룸을 만나다.

더성북 | 남지아

자꾸만 

보고 싶은(missing you)

미싱룸(missing room)을 만나다.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은 1900여개의 봉제공장이 자리해있는 곳이다. 재개발바람으로 사라져가는 장위동에서 손의 가치와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다섯 명의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지역상인, 주민, 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자꾸만 궁금하고 알고만 싶은 커뮤니티 아트프로젝트 <미싱룸>의 멤버 김세진님을 만나보았다.


・ 사진: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미싱룸

・ 글: 남지아




< 사진 ⓒ 미싱룸 페이스북 /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




청년들, 장위동에 관심을 갖다.

김세진: 한국종합예술학교(성북구 석관동 261-88, 이하 ‘한예종’) 조형예술, 디자인, 건축과 졸업생 5명으로 이루어진 팀 ‘라이프 매뉴얼 스튜디오(life manual studio)’의 첫 시작은 교내 창업동아리였다. 학교와 가까운 장위전통시장 근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과제물이나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 그 주제를 장위동과 연관 지었다. 관련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장위동에는 분명 재미있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는 확신이 들었다. 





※ 라이프 매뉴얼 스튜디오는 멤버 김세진, 박고운, 염철호, 장재하, 주용완이 함께한다.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의 비스듬한 질문을 통해서 지역의 숨겨진 가치를 찾는 활동을 한다. 생활과 환경에 질문하고, 기획, 발명한 뒤 경험을 전시&출판한다.




< 사진 ⓒ 남지아 >




장위동은 어떤 곳인가?

김세진: 장위동은 대표적인 도심제조지역 봉제공장 역사와 재개발이라는 현재를 품고 있다.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된 장위동 5구역, 7구역은 현재 이주가 시작되고 있으며 내년에 공사를 시작한다. 획일적인 이주로 인해 빈집 많은 깡통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을 이유로 5구역, 7구역에는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들과 봉제공장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대부분 토박이로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계신다. 그분들에게 장위동 오래된 이야기 듣는 것을 즐긴다. 





< 사진 ⓒ 남지아 >




미싱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세진: 떠나야할 삶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위동, 반은 실패하고 반은 부서지는 뉴타운사업이 진행되는 장위동을 탐방하여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 매뉴얼은 어떤 것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매력적인 동네인 장위동을 무대로 다양한 공공예술을 기획 및 진행할 프로젝트 명이 필요했고, 미싱룸(missing room)이라고 지었다. 장위동은 재개발 지역으로 언젠가 지금의 모습이 사라지기 때문에 없어짐(missing)에 대한 의미 그리고 재봉틀(mishin)의 단어를 뜻하는 중의적 개념을 포함한다. 


미싱룸이 사용하는 1층 이 공간도 지난 시절에는 작은 소규모 봉제공장이였고, 지하 1층에는 지금도 누군가의 모자를 만드는 공장으로 사용 중 이다. 이처럼 장위동과 봉제공장은 지역주민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다.




< 사진 ⓒ 미싱룸 페이스북  >




미싱룸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김세진: 보통 지역기반으로 문화예술을 하는 국내단체들은 그 동네에 일방적으로 친밀하게 다가가는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낯선 이방인(예술가)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지역주민들에게 억지로 친한 척을 하거나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그 지역을 떠나는 것에 싫증이 나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일시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모습을 뛰어 넘는 것이 미싱룸의 숙제였다. 그 해답은 어렵지 않았다. 


영국의 공공디자인 단체 어셈블(assemble)의 작업을 참조하였다. 그들은 2~30명 정도 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인 예술가 그룹이다. 영국 리버풀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도시재생과 관련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한다. 관련 워크샵을 통해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낡은 공공주택 단지를 가꾸고, 빈집에 실내정원을 만들어 직접적으로 삶과 연결될 수 있게 한다. 그런 비슷한 형태들이 물론 한국에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끝난다는 것에 대해 늘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미싱룸은 장위동을 시작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예술 공유공간이자 커뮤니티형 공공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사진 ⓒ 남지아 >




미싱룸의 대표적인 작업은 무엇이 있나?

김세진: 미싱룸은 2017년 3월에 시작했고 그래서 작업들이 많지는 않다. 첫 프로젝트는 <탐방탐방: 낮놀이, 우리 동네 이야기>로 장위동의 인근 초등학생 활동가 및 한예종 대학생 활동가들과 함께했다. 


1차는 장위동을 함께 돌며 동네 풍경에서 눈·코·입을 찾는 놀이를 하고 2차는 돌곶이센터에서 봉제공장의 자투리 천으로 미싱기를 이용해 미싱드로잉을 했다. 이후 3차는 동네에서 만난사람, 동네에서 본 것을 기억 속에 떠올리며 나무 조각에 새겼고, 도미노 놀이로 즐겼다. 4차는 이전 작업들의 연장선으로 우리 동네 영화 만들기를 진행하고 관련 상영 및 전시도 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진행 및 결과물들을 정리하여 전시하고 상품판매 하는 것 까지 모두 미싱룸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사진 ⓒ 미싱룸 / 미싱룸을 운영하는 라이프매뉴얼스튜디오 LMS는 세운상가 개방회로 절기공연 기획에 참여했다. >




< 사진 ⓒ 미싱룸 / 탐방탐방 낮놀이 프로그램은 돌곶이 센터에서 진행, 장위동에서 발견한 눈코입을 봉제공장에서 찾은 짜투리 천으로 만들고 미싱기를 이용해 미싱드로잉도 했다. >




이러한 작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김세진: 사전공지를 통해 모인 장위동에 관심 있는 낯선 사람들,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모여 워크샵 형태로 주로 작업들이 이루어진다. 장소는 미싱룸 또는 외부에서 진행되며 하나의 지역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만들고 작업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워크샵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생활환경을 바꾸며 숨은 가치를 찾는데 있다. 




< 사진 ⓒ 미싱룸 페이스북 / 신출귀몰 : 탐방탐방2 장위동 밤산책 프로그램 포스터(2017) >




< 사진 ⓒ 미싱룸 페이스북 / 신출귀몰 : 탐방탐방2 장위동 밤산책 프로그램 활동모습 >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김세진: 신출귀몰(神出鬼沒, 귀신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뜻)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데 장위동에 사는 주민, 아티스트, 학생, 외부인이 함께 장위동의 재개발 구역을 밤 동안 산책한다. 한 손에는 일회용 카메라를, 한 손에는 부적 스티커를 들고 골목의 으스스한 혼을 달래며 장위동 재개발 지역의 시간을 기록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김세진: 지역사회의 문제를 인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진행하는 것이 계획이다. 첫 프로젝트를 장위동에서 시작했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싱룸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사진 ⓒ 미싱룸 페이스북 >




<미싱룸>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장위동 65-54(돌곶이로 25길 19)

‧ 이메일: missingroom@gmail.com

‧ 페이스북: missingroom.in.jangwi

‧ 인스타그램: @missing_room





이 글은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성북마을 매거진 vol. 4에 소개된 글을 옮겼습니다. «더성북»은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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