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산 서울 00에서 떠난 뒤 총 10번 이사를 했다.
아이들에게는 9번이었다.
오늘 작은애와 북한강 산책을 하며
'이 길을 걸을 때 자연이 아름다워
풍요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즐비한 저택을 보며 결핍감도 느꼈다'라고 했다.
이사를 많이 다닌 건 역마살 때문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집이) 없다는 결핍감이 자리 잡았다.
허나 작은애는 쿨하다.
소유가 뭐가 중요하냐 한다. 자기는 지금 집도 내 집이라 여긴단다.
큰애와 작은애에게는 나 같은 두려움과 결핍이 없다.
어려서 영혼이 더 맑은 걸까.
어쨌든 이 집에서는 오래 풍요롭게 살게 되겠지
벌써 때 이른 봄이 오고 있구나.
한 발 한 발
아 장 아 장
두 근 두 근
20년 12월 2일 일기
새 집으로 이사를 가기 전 겨울을 보내며 쓴 일기이다. 일기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를 낳은 뒤 이사를 많이 다니게 되었는데, 양평에서만 총 4번 이사를 했다. (지금 집이 4번째 집)
서울에 갔다가 다시 양평으로 돌아온 재작년, 전세로 집을 구했는데, 양평에서 전세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구하기 정말 어려운 것이다.
또 내가 살고자 했던 서종 지역은 양평의 비버리힐스라 부리는 곳.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양평 지역이고, 편의시설도 얼추 갖추고 있어 연예인도 많이 사는 곳이며, 그만큼 땅 값도 비싸다. 전원주택 전세도 몇 억을 훌쩍 넘는 곳도 많다.
전원주택의 주인이 된다고 하면 여유가 많아서 뭔가 가진 것이 많아서 전원주택에서 살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은행의 도움을 약간 받아(?!) 지겨운 이사의 늪을 벗어나리라 결심하고 전원주택의 주인이 된 내게 전원주택 주인 되기란 새롭게 등장하는 미션을 클리어하며 매번 새로운 미션을 만나는 고난도 게임 같은 것이기도 하다.
가스레인지의 연료가 되는 LPG통양평의 전원주택들은 위치가 어디냐 등에 따라 난방과 가스레인지 종류가 달라진다. 가스레인지 같은 경우 서종 지역에서는 양수리, 문호리 중에서도 가장 번화가만 도시가스를 쓸 수 있다. 그 외 지역은 나처럼 LPG 통을 쓰거나, 전기레인지를 쓰거나 한다.
그제 저녁을 하려고 가스불을 켰는데 불이 나오지 않는다. 가스 배달 업체에 전화를 하면 새 LPG를 가져다주므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오후 6시가 지나면 그날 밤은 버너를 사용해야 한다. 배달 업체가 6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새 LPG통을 가지고 아저씨가 오셨다. 그런데 통과 파이프관을 연결해주는 호스가 삭아서 가스가 새고 있단다!
교체한 관-가스가 없으면 검은 동그라미 안이 빨간불로 바뀐다파이프와 호스를 모두 교체하는 데 순식간에 8만 원이 나갔다. 새 LPG 값까지 더하니 총 12만 원이었다.
전원주택의 주인이 된다는 건 이렇게 모든 집안 관리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 바로 뒤에 참나무 두 그루여러 번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위험목이 이사를 온 뒤 눈에 보이는 건 무슨 조화였을까.
계약서를 쓸 때 위험목 제거를 조건으로 달았어야 했다는 가족의 욕(?)을 먹으며 눈물을 머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진 속 참나무 두 그루를 잘라내었다.
위험목을 제거한 뒤위험목을 제거해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미친 듯이 뻗어나가던 소나무들을 전지하고, 시야를 꽉 막아 전경을 가리던 소나무 한 그루는 베어내고 화단으로 만들었다.
재탄생한 화단
전지한 소나무지난겨울 일기 속의 나는 "전원주택의 주인만 '되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00만 되면 행복할 거야."라고 했을 때 00가 됐다고 해서 완전 행복했던 적이 있었던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애인이 생겼다고 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해피엔딩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 삶이 거기서 끝나지(ending)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은 '00가 된다면'에 있지 않다.
그저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된다는 것을, 이 집에 살면서 알게 된다.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총 총 총.